“은행에 있어 고객관리란 결코 자금지원에서 끝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 역시 은행의 역할입니다.”


남동산단에만 4년째 몸을 담고 있는 김영규(50) 기업은행 남동공단 기업금융지점장은 사무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남동산단에서 열리는 이런저런 행사들은 물론이고 입주 기업들을 방문하는 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제도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현장에 전파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믿음에서다. ‘찰거머리’ ‘황소’ 등 그의 갖가지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김 지점장은 어느새 입주 기업인들에게 유명한 인물이 됐다.

“타 은행들과 달리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들에는 보다 의미있는 은행이 돼야 합니다. 남동산단 입주기업들이 주 고객이지만 금융대출만이 아닌 그야말로 종합병원 같은 전방위적인 관리가 필요하니까요. 기업의 상처부위와 함께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료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동공단 기업금융지점의 경우 여수신 규모는 무려 1조5천억원. 그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힘들어하는 입주 기업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다. 이렇고 보니 이제는 다정한 이웃이 된 기업들의 어려움을 그저 지나칠 수 없게 됐다.

“기업이란 살아있는 생물이나 다름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정이 똘똘 뭉쳐 있는 것이 기업이고 인천경제 또 한국경제의 근간이 되는 것이 기업 아니겠습니까. 지점장으로 일하면서 극한 상황에 놓여 있던 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했던 기억들은 제가 은행업무를 지금도 계속할 수 있게 한 힘이죠.”

모두가 어렵다는 요즘, 그래도 김 지점장은 남동산단 입주 업체들은 어느 지역 기업들보다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믿고 있다.

“GM대우가 어려워지면서 남동산단의 협력업체들이 힘들어하고 있죠. 그만큼 남동산단은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IMF를 겪으면서 여느 기업들과 달리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능력을 갖고 있죠. 대기업이 어려워져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중소기업들은 현재의 어려움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바로 남동산단 기업들입니다.”

이런 그는 앞으로 꿈이 하나 있다. 남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발굴해 주는 일이다.

“기업이 갖고 있는 무형의 가치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기술력이나 획기적인 경영기법 등을 보유한 기업들이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남동산단 기업들이 국내 최고의 기업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할 겁니다.”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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