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연계된 공간프로그램이 적용된 저층의 벤처B동은 건물 하부 3개층 높이(12m)를 지상에서 띄워놓은 필로티구조로서 날카로운 예각의 수평적 매스가 특징적이다. 반면 벤처A동은 사선처리와 엇각의 비정형 수직매스를 이용한 21층 높이의 고층건축으로 입면의 표정이 다양하다. 기존의 갯벌타워를 설계한 동일인(건축가 오섬훈, 제22화 등장인물 참조)이 송도ITC콤플렉스 또한 디자인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만큼 개개의 건물이 지닌 표정이 특별한 이유다.



갯벌타워는 유리, 철판, 롤스크린, 포켓 옥상정원을 이용한 여러 겹의 스킨을 집중적으로 시도한 건물의 입면을 강조했다면 송도ITC콤플렉스 벤처A동은 동적인 디자인의 조형성으로 1층에서부터 최상층까지 표피의 투명성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수직상승의 운동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건축가는 두 개의 타워가 대비는 조형언어를 통해 시간차를 두고 조성되는 단지 내 건물의 시간의 지층(strata)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한 조형의지는 두 개의 벤처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동선계획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 결과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벤처A동에 이르는 곳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생길 수 있는 테마스트리트를 조성하는 공간개념이 적용되었다. 특히 건축가는 벤처B동의 외부바닥 레벨이 경사로를 통해 A동의 2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입체적인 랜드스케이프를 제안한 바 있지만 실행단계에서 무산되고 만다. 그 바람에 유기적으로 엮일 수 있는 광장의 계획이 공간적으로 단절된 채 어정쩡한 성격의 경직된 모습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건축가의 디자인 원안이 폐기되고 현장 조정을 통해 전혀 다른 개념의 공간으로 수정되는 이유는 건축생산시스템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턴키 당선 후 건설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통 디자인의 변경이 많이 있고, 이 과정에서 건축가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들이 많다. 구현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건축가가 제일 가슴이 아플 것이다.”

JHP는 건축가의 자존심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한국건축의 실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이 건물도 공사비 문제로 인하여 건축가가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일일이 챙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회사와 다신 일하지 않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임하지 못할 바에야 건설사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죠. 핑계 같지만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쉽게 용기를 낼 수가 없어요.” 건축가의 말이다.

다시 JHP의 말에 귀기울여보자.

“건축가의 독창성과 창작성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풍토가 과연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뒷받침해주는 풍토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건축가들이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설계비가 높은 수준도 아니고 변호사처럼 건축디자인 상담에 대한 수가를 받는 것도 아닌, 배고프고 어려운 상황에서 마냥 창작과 독창성만을 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송도ITC콤플렉스는 그나마 운동감에 기울인 건축가의 디자인 의지를 살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건축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로 증력에 반하는 역동성과 긴장의 미학을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프로그램의 조직에서 찾는다면, 이 건물은 비교적 좋은 사례로서 송도국제도시를 빛낼 건축적 성과로 꼽을 만하다.

4면이 개방된 대지주변의 상황을 인식한 사각(斜角)의 풍부한 면성으로 무장한 벤처A동과 구조공학과 공간미학의 절정에서 부유하는 건축의 형상미를 구현해낸 벤처B동의 관계는 경사로로 연결되는 입체적 랜드스케이프의 단절로 개개 단위 건물로서 성격이 고착된 흠결이 있지만 이후 사용자의 측면에서 건축가의 원 프로그램을 응용한 건축공간의 활용에 관심을 쏟는다면 송도ITC콤플렉스의 진가는 나날이 새롭게 발견될 것이다. 건축공간의 개념은 건축가가 제시하지만 공간의 완성은 사용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전진삼(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발행인, 건축비평가, 광운대 겸임교수)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동 7-50번지 일원, 인천지하철 1호선 송도국제도시 연장구간의 두 번째 정거장인 테크노파크역 지상공간에 위치한 송도산업기술문화 콤플렉스(이하 송도ITC콤플렉스)는 현재 저층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사 및 고층의 갯벌타워와 함께 일련의 랜드마크적 건축군을 이루고 있으며, 당분간 송도국제도시 동북방향의 게이트타워로서의 상징성이 유지될 터이다.

*등장인물
JHP(실명: 박진호): 1966년생. 인하대 건축학과를 거쳐 UCLA 건축대학에서 건축디자인 및 이론 전공으로 건축학 석사 및 박사를 받았다. 미 하와이대학교에서 조교수 및 부교수를 거쳐 현재 인하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Design Research and Innovation Lab 을 운영하면서 일련의 국제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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