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슈-출항 1년 ‘인천 & 아츠’, 제대로 가고 있나

지난 4일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는 정명훈이 이끌고 있는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 재창단 공연이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 정명훈 지휘자는 공연 중간 마이크를 잡고 “오랜 공백기를 깨고 6년만에 드디어 재창단 연주회를 올리게 해준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공연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예술제 ‘인천 & 아츠’ 일환으로 선보인 무대다.

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도시 인천의 위상을 알린다는 기치를 내걸고 4년 연속 프로젝트로 추진, 무려 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 5억에 이어 올해는 9억원을 출연했고 추경에서 6억원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단일 문화예술행사에 거액을, 그것도 4년 연속으로 쏟는 사례는 전무한 일이다.

그럼에도 손들어 반겨야 할 문화·시민 단체는 오히려 강도 높은 비난을 던진다.

‘인천 & 아츠’야말로 대외적 이미지 구축을 위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예술 이벤트라고 일갈한다.

시민의 다양한 문화욕구 충족을 내세워 경제자유구역 홍보에 거액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는 비판을 더한다.

▲‘인천 & 아츠’ 탄생배경과 내용

‘세계적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통한 대외적 이미지 업 그레이드’. 인천시가 줄곧 집착해 온 전략이다.

시는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 일찌감치 정명훈 카드를 잡았다.

지난해 2월 정명훈이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취임하기전까지 안 시장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인천사람 만들기에 전력을 쏟아왔다.

이후 시는 정씨가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주목한다. 해서 탄생한 것이 ‘인천 & 아츠’다.

‘인천시가 주최하고 정명훈이 기획한 새로운 형식의 국제예술제’를 공표하기에 이르른다.

세 축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중심은 인천을 근거지로 한 APO 육성 프로그램이다.

아시아 각국의 최고 교향악단 단원들로 구성된 APO를 인천에 연고를 두게함으로써 문화도시 이미지를 다시 쓴다는 전략이다.

두번째 축이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APOA) 워크숍 운영이다.

아시아 젊은 음악인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망주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파트별 레슨,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워크숍이다. 정명훈이 예술고문으로,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 악장 및 수석들이 교수진으로 참여한다.

마지막이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공연이다.

양질의 공연을 유치, 향수권을 부여한다는 목적을 내걸었다.

이를 위한 예산으로 100억원을 편성했다.

첫해 10억원, 이후 매년 30억원씩 2008년까지 투자한다.

이를 위해 시는 NSC(송도신도시개발 유한회사)를 후원사로 끌어들여 50억원씩 매칭펀트를 조성, 지난해 말 상호 협약식을 맺었다.

한편으로는 올 3월27일자로 APO 연고를 인천에 두기 위한 행정적 절차로 법인 이전등기를 마쳤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는 이미지 메이킹 카드로 정명훈이 이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더불어 서울시향 임기가 끝나는 2008년엔 인천시향 음악감독으로 영입할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 정도(50억)의 예산 출혈은 치러야 할 대가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효과 얼마나 있나

지난해 인천종합문예회관은 문예지원과 홍보 인력으로 4명을 증원받았다.

‘인천 & 아츠’ 운영을 맡은 부서에 대한 지원조치인 셈이다.

시민문화프로그램의 경우 지난해 3건에서 올해에는 11건으로 대폭 늘었다.

프로그램도 클래식 위주에서 ‘요코하마 코바츠바라 무용단’ 내한공연, ‘유니버설 발레단’의 ‘숲속의 미녀’, 베이스 4중주단 ‘베이스 갱’ 연주회, 뮤지컬 ‘비밀의 정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호화롭다.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에서부터 섭외, 유치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정씨 일가가 운영하는 공연기획사 CMI가 맡고 있다.

회관에 공연예술 전문 기획자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대행비를 지불, 프로그램 세팅을 일임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프로그램마다 예산 지출내역을 보면 29억3천500만원 중 시민프로그램에 11억원, APO 재창단 공연에 5억9천만원, APOA 워크숍에 5억9천만원, 세금을 포함한 공연 대행료·홍보비에 7억4천500만원을 쓰고 있다.

김선구 인천종합문예회관 예술지원팀장은 “한 프로젝트에 이 만큼의 문화예산을 쏟은 예는 없다”며 “효과는 분명히 크다”고 짚는다.

“일부 예술단체가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으나 문화예술육성기금과 무대예술지원금 등 다각적인 루트를 통해 시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서울에 가지 않아도 인천에서 좋은 공연을 저렴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공연계로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문화계는 한결같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시민프로그램 관련, 양질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정명훈을 통해야만 가능한 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11억원의 예산과 별도의 대행비를 회관 기획공연 예산으로 배정했을 경우 이보다 나을 수는 없는가 반문한다.

APO 인천연고 대목에서는 훨씬 더 아연해 한다.

손동혁 인천민예총 사무국장은 “인천에 연고를 둔다 함은 이 도시에서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반해 APO는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뭉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활동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등기상 이름을 올리기 위해 수 십억원의 예산을 들인 셈”이라며 “게다가 인천 연고임에도 불구하고 연주회마다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아연해 한다.

▲문화정책적 접근

시민·문화단체의 ‘인천 & 아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시가 문화정책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서 출발한다.

시 정부는 모든 것을 경제적 논리로 접근, 문화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자본의 논리로 무장된 외국 기업가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한 기쁨조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철저히 홍보성 이벤트에 맞추고 있다고 푼다.

더우기 출발 과정부터 다분히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100억대의 4년 프로젝트가 어느날 수립되더니, 예산도 추경에서 갑자기 편성됐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의 여하한 합의없이 시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선거를 겨냥한 시장을 위한 사업’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임승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는 “문화인천 만들기라는 허명아래 지역의 자생적인 문화단체와 공론화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특히 프로그램 일체가 시민들의 삶에 밀착한 문화를 가꾸는 것과는 한참 멀리 떨어진, 외부인들을 데려와 보여주는 전근대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동혁 처장도 의견을 더한다.

“빚을 내더라도 거액의 돈을 들여 정명훈을 데려오는 것이 현재 인천이 과연 절실한가에 대해 시민사회 공감대가 전혀 없었다”며 “현재 시의 모든 정책은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에 두고 진행, 이에 대한 문화정책 부재의 결과물이 ‘인천 &아츠’”라고 강조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