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79) 선생은 과거 척박했던 시절 인천 언론계를 일궈왔던 몇 안되는 향토 언론계의 산 증인이다.

지금은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약관이던 20세에 언론계에 입문한 뒤 인생의 대부분을 향토 언론인으로 종사했다. 한국전쟁 때인 51년 ‘인천신보’에 입사해 지역 언론에 첫 발을 디딘 이후 ‘인천공보’ 시사 해설기자, ‘주간 인천’ 정치부장·논설위원, ‘인천신문’ 논설위원, 경기매일신문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는 신문시절 시절 현장을 뛰는 기자보다는 논설위원이나 정치 평론가로서 정치문제나 시사분야를 다루는 역할을 많이 했다고 회고한다.

그의 형인 은하씨가 52년 첫 지방자치 선거 당시 최연소 최다 득표로 초대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하는 바람에 대학에서 문과를 배운 뒤 다시 정치학을 공부해 정치분야를 주로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은하씨는 인천에서는 드물게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6선 출신이고, 둘째 형 중하씨는 인천상의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김 선생 형제들은 지역 정치사와 언론사, 경제사에서 반드시 이름이 오르는 업적을 남겼다.

특히 은하씨는 6대부터 11대까지 내리 국회의원에 당선돼 신민당 원내총무, 국회 부의장 등을 지내며 유신정권의 3선개헌 반대운동에 적극 나서 ‘야도(野都) 인천’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16대째 인천에서만 살아 대표적인 인천 토박이 가문 출신인 그는 지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남 다르다. 이 때문에 그를 언론인뿐만 아니라 향토 사학자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73년 유신정권의 언론 통폐합으로 신문 발행이 어렵게 되자 당시 계간지였던 ‘인천 문학’을 인수해 ‘기서 문화’를 발간했고 우현 고유섭 선생 기념비 건립에도 앞장섰다. 최근에는 인천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시사편찬위원회 감수위원을 맡기도 했다.

인천신문 논설위원 시절 당시에는 인천 최초의 언론인 클럽이랄 수 있는 ‘타임클럽’ 결성을 주도하고 54년 우리나라 최초의 언론인 교육프로그램이던 제1회 전국 신문기자 아카데미에 참가하는 등 인천 언론계에선 선지자적인 길을 걸었다.



원로 언론인 김상봉씨는 신문기자의 사명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언론인은 한 기업체의 사원이 아니라 ‘사회 사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자기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씨는 인천에서만 언론인 생활을 했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기자 시절에 자기 주장과 맞게 기자의 사명을 실천적으로 보여 줬다. 그는 “대중 매체에 종사하는 기자들은 붓의 존엄성을 지키고 책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역사 현장의 기록자란 사명감에 충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요즘도 신문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요. 중앙지와 지방지 한 부씩을 매일 꼭 보고 있는데, 이들 신문은 이사갈 때도 절독 하지 않고 꼭 구독 신청하고 있습니다.

생전에 지방지가 잘돼 인천에서 훌륭한 신문이 나온다는 말을 꼭 듣고 싶어요. 지역 언론인 출신으로서 이 마음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지금은 현직에서 떠난 지 오래 됐지만 언론의 한 모퉁이에서 한 발을 딪고 살아 가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신문이 잘 돼야 사회가 다양화되고 폭이 넓어지며 계층간 불화도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되는데 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언론을 사회의 공기라는 말이 있지 않아요. 언론인들은 어렵더라도 이 같은 사명의식을 반드시 견지해야 합니다.

-지금은 매체가 다양화하면서 신문이 위축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있는데.

▲아무리 현대 사회 정보 매체가 다양해졌더라도 언론의 중추적인 기능은 신문이 수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문이 갖고 있는 기록성이나 심층적인 보도 측면을 다른 매체가 따라 올 수 없지요. 현대인들은 정보 더미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신문은 사회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여론의 회로로서 그 기능을 유지하리란 생각입니다.

-후배 기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예전 조판신문 재직 시절에는 OK 판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내일의 활력을 얻곤 했지요.

기자로서 정신은 늘 긴장속에서 살았지만 신문기자로서 행복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은 정보를 빨리 습득해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기자는 훌륭한 직업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언론 종사자들은 정확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지역 언론의 방향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죠.

▲기자는 무당이라는 말이 있어요. 두루 잘 알아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도 갖춰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기자는 경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직업입니다. 사회에 대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대기자, 전문기자가 많이 나와야 해요. 질적으로 우수한 글을 쓸 수 있는 전문기자, 대기자가 나와야 사회가 고르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면 언론의 사명을 잊고 정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가끔 있어 안타깝습니다. 기자는 사회의 리더가 돼야 하고 바른 소리, 쓴 소리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언론분야에서 기자의 자질 향상과 전문화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향토 언론인으로서 지역 문화 발전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셨는데요.

▲한 도시가 발전하려면 도시 분위기가 격조가 있어야 하고 문화예술 활동이 풍성해져야 합니다. 인천의 발전은 우리 인천사람들의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노력으로 이뤄져야 하고 그 가운데 문화나 예술 분야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때 인천의 문화예술이 발전하려면 대학 병설 유치원에 문화예술 전문 유치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은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 밑거름이 돼야 합니다.

-현재의 인천시정 모습은 어떻습니까.

▲시 행정을 보면 시민을 위한 행정인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시장이 각종 개발사업을 늘어 놨지만 마무리를 못하고 있어 후유증이 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업을 무리하게 벌이면서 부채가 자꾸 쌓여 가고 있지만 큰 부채 덩어리를 언제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이는 무책임한 행정이 아니면 제 정신이 아닌 행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공무원의 시민에 대한 책임은 무한대일 수밖에 없는데, 공무 집행과정에서 무책임하게 저질러 놓기만 하는 것이 아닌지 크게 우려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시의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언론이 제대로 지적하고 방향 제시를 해야 합니다.

-지역 언론의 발전 방안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73년 유신정권의 언론 통폐합 당시 불매운동을 벌인 적이 있어요. 언론은 다양한 매체들이 다양한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매체들이 많이 생겨 났는데 다양한 시각을 깊이 있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언론 여건이나 환경은 50년대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신문에 대한 열정이나 사명은 약해진 느낌이고요.

언론 종사자 뿐 아니라 언론 경영자들이 언론에 대한 사명과 정도가 무엇인지 올 바른 생각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담= 구준회 정경2부장 jhk@i-today.co.kr 사진= 김성중기자 ju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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