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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적 조직’ 스스로 만들어
우리는 공적인 일은 정부기관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단체에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 일부 공기업들이 민영화 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적인 일은 민간 조직에서 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에 정부가 없다면 그런 공적인 업무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이 되지 않는 공적인 일은 선뜻 하기 어렵다. 하지만 화교들에겐 그들의 공적인 업무를 담당해 줄 기관이 존재하지 않았다. 또 그런 기관이 존재하더라도 이방인인 화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미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화교들은 스스로 공적기능을 할 조직을 구성해야 했다. 그리고 화교들에겐 재능이 있었다.


화교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지역적 조직구조를 재구성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화교들은 의식주등의 생활을 위한 상조회나 사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상공회의소, 교육이나 의료시설 등 화교들의 복지를 위한 복지위원회, 같은 직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직업조합 등의 다양한 공적인 모임을 결성하고 추진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런 공적인 활동을 하는 조직들은 모국인 중국 정부의 보조나 외부에서의 협력이 아닌 화교들 자체에서 조직된다. 바로 화교들의 민간 조직이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차이나타운이 등장한다. 차이나타운은 그저 단순히 화교들이 만든 중국 비슷한 마을이 아니다. 화교들은 그들이 이주해온 나라에 이전 자신들이 살아오던 사회를 그야말로 ‘이식’한 것이다. 화교들이 만든 차이나타운은 외면적인 모습도 화교들이 살던 고향과 비슷하지만 내면적인 모습은 그 외면 이상으로 비슷하다. 이렇게 자신들이 익숙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냄으로서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렇게 생겨난 자체적인 질서는 법이나 제도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에서 유리한 점이 되었다. 상공회의소와 같은 조직은 화교들에게 사업 정보를 제공해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해 나가기 좋게 해 주었다. 또 직업 조합을 통해 정보 및 노하우, 협력을 얻으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성장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아직 화교들처럼 기반이 잡히지 않은 현지인들보다도 유리한 점으로 작용해 사업을 성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 얻는다”

유대 관계


화교들의 유대관계는 굉장히 넓다. 일단 화교들에겐 다른 나라로 이주한 친구나 친척들이 많다. 또 꼭 친구나 친척이 아니더라도 고향이 같은 사람이나 같은 방언을 사용하는 화교들이 세계에 뻗어 있다. 그래서 화교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지 다른 화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화교의 인맥들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화교 네트워크는 이미 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세계의 거의 모든 곳에 이어져 있는 이 화교 네트워크는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을 쉽고 빠르게 연결해서 화교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러한 화교들의 유대는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정보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화교의 유대 관계는 화교라는 울타리 밖에도 존재한다. 특히 현지 정부와 정치인들과의 유대는 화교들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의 많은 화교들은 현지의 정치에서 자신들이 나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 정치적 불화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치인들과의 유대를 피해 왔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화교들의 입지가 다져지고 화교 정치인들이 등장하면서 화교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또 화교 기업들이 규모가 점차 확대되어가자 기업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지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화교들은 현지의 지도층이나 관료들과 유대관계를 쌓음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화교 기업가들은 정부와의 유대를 통해 적은 이자로 돈을 빌리거나 공식적으로 독점 사업을 진행하는 등의 특혜를 받았던 것이다. 최근에는 현지 정치인뿐만 아니라 해외 유력 정치인들과 유대를 쌓아가는 화교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점차 화교에게 열린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2005년 이후 국내 화교 인구가 급증하여 약 5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인천 차이나타운에 이어 일산에도 새로이 차이나타운이 들어서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세계 화상대회 이후로 화교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화교는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은 예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화교들이 많지 않았을 때 화교들에 대해 무관심하고 몰랐던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도 무관심해도 괜찮다는 소리는 아니다. 화교는 그야말로 세계 경제의 핵이다. 우리가 대응하기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에 유용한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잘 알아야 잘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한(韓)민족이 중국의 한(漢)민족을 지혜롭게 맞이하여 바람직한 유대를 펼치길 바라면서 칼럼을 마무리한다.-끝- 박정동 인천대 중국학연구소·이승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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