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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천 1%를 찾아서]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안방 드라마에서 보던 풍경이라 익숙하고, 우리가 살던 곳이라 기억하는 수도국산의 달동네가 박물관 안으로 들어왔다.

친구와 가족의 손을 잡고 국내 최초의 달동네박물관으로 가보자.

동구 송림동 수도국산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하늘과 가까운 곳에 커다란 배 모양의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1971년의 송림동 달동네가 펼쳐진다.

지붕이 낮아서 가로등도 낮은 달동네 골목에는 뻥튀기 장수와 폐지 줍는 할아버지, 실존인물인 박정양씨가 기증한 물건들로 꾸며진 대지이발관, 빛이 바랬어도 여전히 유혹적인 과자 포장지들, 안방 농 위에 있는 알록달록한 겨울 이불, 아궁이의 그을음이 묻어나는 부엌이 있다.

방송국의 드라마 세트장에 온 것 같다.

손녀 손을 잡고 걷는 할머니가 연신 “잘 꾸며놨네” 칭찬하신다.

그럴 수밖에. 전시실에 들어찬 가재도구는 달동네 주민들로부터 기증을 받은 것이고, 루핑 지붕(종이에 아스팔트 가공을 한 지붕)과 도배도 실재로 수도국산에서 지붕을 이고 벽지를 바른 분들의 고증에 따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달동네 풍경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표정이 다양하다.

70년대 중학생 교복을 보고 허허 웃는 아저씨, 송현상회(슈퍼) 앞에서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 인형을 파는 기념품 가게 앞에서 “이거 정말 갖고 싶었던 건데” 하며 떠나지 못하는 아주머니, 만화방 앞 평상에서 옛날 얘기 들려주는 어머니와 그 아들. 골목골목에서 박물관을 찾아온 사람들의 소곤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달동네박물관에서 가장 멋진 경험은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는 골목을 걸어볼 수 있다는 것. 30분마다 전시실의 등이 어두워지면, 저녁밥 냄새처럼 솔솔 새어 나오는 백열등 빛이 골목을 비춘다.

간단한 조명 시설만으로, 달동네박물관은 밝은 조명 아래 드러난 쓸쓸한 살림살이들의 무덤이 아니라 해와 달이 오가는 살아있는 공간이 된다.

박물관 안의 달동네가 1971년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수도국산달동네는 1998년 재개발이 있기 전까지도 이곳에 있었다.

박물관 외관이 달빛처럼 화려하게 빛나고 전시실의 달동네가 마냥 옛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좁은 방과 하늘 가까이에서 사는 사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마도 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전시 의도에서인지, 관람객들은 박물관을 나가기 전에 철거로 인한 상처가 드러나 있는 시멘트벽을 마주하게 된다.

달동네박물관은 단순히 달동네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건강한 모습을 그리워하고, 좁은 집이지만 알뜰살뜰 꾀를 내어 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탄하는 낭만적인 박물관이다.

어린이라면 골목을 누비며 여기저기 참견하고 싶어지고, 연인이라면 가로등의 아담한 불빛 아래에서 사진 찍고 싶어지고, 어른이라면 옛 추억에 가만히 웃음 짓게 되는, 여기는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다.

이용안내 = 09:00~ 18:00(매표 마감은 관람 종료 30분 전), 매주 월요일 휴관 | 어른 500원, 청소년 300원, 어린이 200원 | ☎770-6131~2

한혜정 객원기자 hole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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