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화교들은 그 특징의 장점을 잘 살려 경영을 해 나가고 있다. 그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가족 전체가 기업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모두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꽌시(關係)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꽌시는 혈연(血緣), 지연(地緣), 업연(業緣)을 바탕으로 하고 그 중에서 가장 결속이 강력한 것은 바로 혈연이다.

피를 나눈 가족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따라서 이 사실은 기업 경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화교들은 자신의 기업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가장 먼저 가족에서 찾는 것이다. 물론 작은 규모의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외부 사람들을 쓰기보다 가족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가족 전체가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려울 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화교 기업들은 가족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가족들이 경영진이었다가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경영방침을 바꾼 기업들도 있지만 이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가족 구성원들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고 상호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화교들은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 자기 사업이 아닌 가족의 사업. 즉 가업(家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그 가업이라는 생각은 상속에도 이어지곤 한다. 화교들은 전통적으로 아들을 귀하게 여긴다. 이것은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아들이 가문을 이어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따라서 가업을 아들이 이어가는 것도 아들이 된다. 이 남아선호사상은 우리나라에도 약하게 남아있는데 화교들에게는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일부 화교들은 상속을 위해 양자를 들여오는 일도 있을 정도이다. 화교들에게 장남이 가업을 계승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서열에 따라 유산이 분배된다.

하지만 이 가업 상속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아들에게 아버지만큼의 경영능력이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아버지를 따르던 직원들이 아들을 따르리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가업 상속은 점차 감소해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화교 기업들이 기업의 소유권을 넘겨주거나 일부 경영권을 상속하고 있다. 이것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화교 거대 기업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박정동 인천대 중국학연구소장·이승훈 연구원

만약에 어떤 회사가 화교 기업과 거래를 요청했을 때, 그 회사는 그 결과를 오랫동안 기다릴 필요가 없다. 화교 기업의 경우 의사결정이 거의 즉석에서 이루어진다.

이렇게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이유는 다양한 방면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던가 회계 절차를 단순화 시켰다던가 하는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중앙 집권적인 경영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 기업의 경우 대체로 관료화 되어있다. 공식적인 제도나 문서 절차들을 활용하여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서구 기업들과는 달리 화교 기업에서는 경영자가 의사결정에 관해서 부하 직원들과 의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화교 기업은 관료제에 의한 절차에 의존하기 보다는 중앙 집권적인 의사 결정을 선호하고 있다.

화교 기업들은 중앙 집권적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원들의 강한 충성심을 강조한다. 신규 사원 채용 시에도 신뢰성이나 충성심 등의 요소를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또 화교 기업의 경영진은 급료, 회사내규 등 사원 관리에 관한 모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급료와 회사내규를 전적으로 쥐고 있는 경영진에게 대항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사원 복지를 통해 강력한 충성심을 유지한다. 사원들의 자녀 교육을 위한 재정 지원, 병원비 지불, 융자, 식비보조 등 다양한 방면의 복지를 마련해두었다.

또 대부분의 화교 기업들은 불황 시에도 사원들을 해고하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사원과 경영진이 친밀해지는 것이다.

화교들이 중앙 집권적인 경영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은 화교들이 진출하는 분야를 한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화교기업들은 중앙 집권적인 경영이 효율적인 부동산 개발과 같은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다.

한편 분권적 의사 결정이 필요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 진출하는 화교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기업 간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 지자 많은 화교 기업들이 경영방식을 현대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현대화하는 경향이 짙다. 화교들이 전통을 고수하는 것에도 능통하다고 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완고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익이 된다고 판단 될 때에는 적극적으로 개혁을 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