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인천유나이티드(이하 인천) 전훈 캠프인 홍타 스포츠센터 제5호 구장에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한 감동이 있었다.

난생 처음 북측 선수들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지만, 그들이 ‘나의 자랑’ 인천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는 모습에 울컥하고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뭔가가 밀려왔다.

이날 인천 선수들은 북측 4.25체육단과 비공식 연습경기를 가졌다.
기자들의 접근과 사진 촬영이 제한된 가운데 치러진 이날 경기를 인천 코칭스테프와 함께 관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

전반 시작 20여분 만에 인천의 최효진이 북측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그림 같은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최효진은 전후반 90분을 소화하며 빠른 돌파력으로 북측의 왼쪽 측면을 무너뜨렸다. 프로 2년차 징크스란 자신에게 예외라는 듯 최효진은 놀랄 만큼 향상된 기량으로 올 시즌 인천의 확실한 ‘베스트 11’임을 입증했다.

인천의 장외룡 감독은 전반 라돈치치와 아기치, 그리고 새로운 용병 마리오를 삼각편대로 북측의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캠프에 늦게 합류한 라돈치치는 자신의 컨디션을 찾지 못한 채 전반 이렇다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교체 선수의 수를 3명으로 제한 하자는 북측의 요구대로 장 감독은 후반 용병을 모두 빼고 방승환과 안성훈, 이준영을 투입, 진정한 남-북 대결을 펼쳤다.

특히 안성훈은 하프라인을 넘은 중간 지점에서 대포알 같은 강슛으로 골 퍼스트를 강하게 때려 상대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북측의 상무라 할 수 있는 4.25체육단의 조직력도 만만치 않았다. 탄탄한 조직력과 잘 짜여진 미드필드는 인천의 철벽 수비라인의 허점을 뚫고 여러 번 기습을 감행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북측은 중앙에서 깊숙이 찔러준 공을 공격진이 2번의 패스만으로 골로 연결시켰다.

4.25체육단은 북한군 소속으로 남성철을 비롯해 한성철, 홍영주, 김영수, 리명삼 등 전,현 국가대표 10여명이 포진한 북한 최강의 1부 리그 팀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4.25’는 항일유격대 창건일로 북한군 역시 이날을 창건일로 삼았다고 한다.





4.25체육단이 임중용이 버티고 있는 인천의 수비라인을 뚫고 있다.

이날 경기에 양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서로 경기 중 부딪혀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멋진 장면에 박수도 치고, 어이없는 실수에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훈련해온 같은 팀 같았다.

다만 북측 김정훈 책임지도원(감독)과 나란히 앉아 묵묵히 경기를 지켜본 장 감독만이 긴장된 모습이었다.

장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환하게 웃는 얼굴로 북측 코칭스테프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경기 내용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북측 코칭스테프와 간단한 인사말 외에 긴 대화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장 감독도 경계의 시선을 의식한 듯 경기 후 선수들과 함께 바삐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이미 휴전선을 넘어 북을 오갈 수 있는 상황인데도 민간인 신분으로 북측과의 접촉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장 감독의 뒤로 경기를 끝낸 선수들이 악수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방지축’ 용병 라돈치치는 어느새 북측 선수들의 말투를 흉내 내며 장난을 거는 모습이 웬지 부럽기까지 했다.

라돈치치는 북측 선수들이 ‘야~’라는 감탄사로 서로를 부르기도 하고 기쁨과 아쉬움을 표시하는 모습이 신기한 듯 다양한 억양을 따라했다.

인천은 지난해 이곳 쿤밍에서 북한 월드컵 대표팀과의 연습경기를 가질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이날 긴 머리를 휘날리며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김치우는 “월드컵의 해, 개인적으로 대표팀에 끼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올 해는 K리그에서 인정을 받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또, 프로 3년차 여동원도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이 뛰겠다”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김치우와 함께 지난해 전반기까지만 해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에서 해외파로서의 경험을 축적한 여동원은 올해도 주전에서 밀리면 방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전훈 리포트의 마지막은 연봉 협상에 고심하는 인천 선수들의 이야기와 장외룡 감독으로부터 듣는 전훈 평가를 실을 예정이다.
[쿤밍=시민리포터 엄인흠, 정리 지건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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