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인천시가 관리하는 등촌동 홈플러스 앞 도로 지하에 매설된 공촌정수장 원수수도관이 터졌다. 이 사고로 이틀 동안 공촌정수장에서 물을 공급받는 김포시 내 6만여 가구와 인천시 서구 일대 6천여 가구가 단수사태를 당했다.

당시 몰아닥친 영하 10도의 한파로 노후관들이 얼어붙으면서 터진 사고의 여파로 김포시는 수도관과 계량기 1천700여 곳이 얼거나 동파됐고, 사업소는 민원전화로 통화가 마비되는 상태가 됐다.

또 전 직원들은 일주일 동안 퇴근도 못한 채 합숙을 하며 현장출동과 신고전화, 항의성 전화에 시달리며 곤욕을 치렀다. 그 한가운데 수도과 시설담당인 장응빈(49) 계장이 있었다.

장 계장은 “동파건수가 400여건이 되리란 예상은 했지만 1천700건까지 터질지는 미처 예측을 못했고 한파로 생각보다 민원이 늘었다”며 “담당자로서 예측이 빗나간 것에 죄인 된 심정”이라고 미안해했다.

수도관은 49시간여만에야 복구돼 어렵사리 통수가 시작됐다. 그러나 통진읍까지는 물이 가는데 48시간이 소요됐고 파이프 안에 있는 공기저항을 없애야 통수가 빨라진다는 점 때문에 중간 중간의 소화전과 에어변을 뛰어다니며 열었다. 그 결과 5시간만에 진땀 흘려 통진까지 통수가 가능했다.

그러나 일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단수된 동안 공동주택 옥상 물탱크를 이어주는 수도관과 계량기 연결수도관 등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번 동파민원은 지금까지 김포시가 한꺼번에 당한 피해 건수로는 최대다. 이로 인해 읍면동 조직과 상하수도 전 직원이 나서 그야말로 ‘벌떼작전’을 벌였다. 고양시와 부천시 등지에서 지원받은 물차 50대가 총동원됐고, 주변 지역의 설비업자들과 모든 공무원이 총동원돼 일일이 가구마다 다니며 민원을 처리했다. 한꺼번에 닥친 한파로 김포 뿐 아니라 수도권 일대에 동파사고가 겹치면서 설비업자를 김포로 끌어오는게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웠지만 12시 이후에도 전화를 열어 놓고 대기를 부탁하며 출동대기조를 운영한 결과 그나마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다.

장 계장은 “아무리 자연재해라지만 새해 첫 달부터 한파에 가족들이 찬 방에서 떨고 있다는 생각에 사실 죄인 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대부분 수도관 사고복구가 24시간 이내에 처리됐는데 이번엔 49시간이나 지나서야 복구된 것이 아쉽다”며 “며칠 동안 새우잠을 자며 고생한 직원들에게 감사한 맘 뿐이고 가정마다 안내를 통해 사후처리에 더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 연휴 때도 대기 근무를 했다는 장 계장은 “얼었던 파이프를 녹이며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관의 중요성을 또 배웠다”며 “인간관계도 사회도 다 같은 원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수전(水戰)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김동규기자 kdk885@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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