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 즐기기가 한창이다.

공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은 것이 어린이들 마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유있는 가정은 해외연수다, 영어캠프다 일정을 짜기 분주하고,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은 해수욕장에 가고싶은 소박한 꿈이라도 이뤄지길 기대하며 나날을 보낸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의 서로 다른 풍경을 들여다봤다.

초등 3학년인 혜영(10·가명)이는 엄마, 아빠, 여동생 그리고 갓 태어난 남동생과 해수욕장에 가는 게 꿈이다.

또래 아이들이 방학이면 해외로, 영어캠프로, 예절캠프로 떠나는데 비하면 아주 소박한 꿈이다.

그렇지만 소일거리를 전전하는 아빠(47)와 정신지체 3급의 엄마, 자폐증상을 보이는 8살배기 여동생과 남동생을 생각하면 떼를 써서 될 일이 아닌 것도, 이루어지기 힘든 꿈인 것도 잘 안다.

오전 10시. 혜영이는 읽을 책과 필기도구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혜영이가 가는 곳은 공부방. 지난 1월 시흥시에서 구월동으로 이사 온 혜영이가 동네 친구들과 놀다 찾은 ‘구월공부방’이다.

혜영이는 집에선 돌볼 사람이 없어 여동생을 데리고 공부방에 가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공부방은 시민단체가 운영해 특수아동을 교육할 전문교사가 없다.

공부방 이경수(34) 교사는 “혜영이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자폐증상을 보이는 혜영이 동생이 더 큰 상처를 받을까봐 그렇게 결정했다”며 미안해 했다.

혜영이는 평소처럼 컴퓨터 앞에 앉는다.

점심시간이 돼 공부방에서 나눠준 간식을 먹으면서도 컴퓨터 앞을 떠날 줄 모른다.

만화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또래들의 모습이다.

오후 2시. 혜영이와 친구들은 자원봉사를 나온 대학생 언니·오빠들과 수학공부를 한다.

집에 온 혜영이는 이때부터 하루종일 혼자 있던 동생을 돌본다.

동생과 장난도 치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방학을 맞은 혜영이의 변함없는 하루 일과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가족과 함께 외식이나 휴가를 보낸 기억이 없는 혜영이는 지난달 27일 난생 처음 수영장이란 곳에 가봤다.

공부방에서 마련한 시간이라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처음 경험한 수영장은 멋진 기억으로 남아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각종 행사와 캠프 정보로 가득한데 특히 사진과 함께 실린, 영국으로 떠난 이 학교 학생들의 어학연수 소식이 눈에 띈다.

각종 언론매체가 ‘영어 엑소더스’라 부를 만큼, 올 여름방학 해외어학연수가 붐이다. 어학연수 관련 단체들은 올 해외어학연수 시장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체 사교육비 8조원(한국은행 집계) 중 8분의 1이 여름방학때 쓰이는 셈이다.

문화관광부 산하 (사)국제청소년 문화협회가 운영하는 캠프포털 사이트 ‘캠프나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여름방학 단기 해외연수 상품을 등록한 사설업체수가 800여개에 이른다.

비용도 4주 기준으로 많게는 500만~600만원, 적게는 300만~400만원이 들지만, 방학전 이미 해외연수 상품은 매진됐다.

특히 해외연수 상품은 고가일수록 많이 팔린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영어캠프도 인기가 높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올 여름 영어캠프 참가 초·중·고교 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2배이상 는 10만명에 육박한다.

인천만해도 7천800명이 영어캠프에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인천지역의 영어캠프는 인천대와 인하대 등 대학과 인천영어마을, 인천서구영어마을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영어마을 등이 있다.

최근 문을 연 지자체의 영어마을 인기는 천정부지다.

10대1 이상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영어캠프의 참가 비용은 30만원에서 110만원 수준이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