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종욱 박사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공석이 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후임을 두고 중국과 일본이 맞붙을 전망이다.

중국이 WHO 사무총장 후보로 홍콩 출신 중국인 마거릿 찬(陳馮富珍·여·59) 현사무차장을 추천하자 일본은 시게루 오미(尾身茂.57) WHO 서태평양 사무처장을 대항마로 추천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6일 전했다.

현재까지 WHO 사무총장직 도전을 선언한 6명의 후보중 중국 및 개발도상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찬 차장과 일본과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시게루 처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홍콩 입법위원을 지낸 역학전문가 로윙록(勞永樂) 박사는 “더이상의 후보가 없다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3세계 캠프와 일본과 미국을 위주로 한 동맹국간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22일 이종욱 WHO 사무총장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WHO 이사회는 내달 5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은 다음 5명의 후보를 추려 오는 11월6∼8일중 후임 사무총장을 선임하게 된다.

현재 WHO 34개 이사국은 아프리카 7개국, 유럽 8개국, 북중남미 6개국, 동부 지중해 5개국, 서태평양 5개국, 동남아 3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이사회 구성으로 중국은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들의 지지표를 얻기가 쉬울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훌리오 프렝크 멕시코 보건장관의 출마로 지지표가 갈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통상 WHO 사무총장 인선은 각 블록별로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중국이 이와 함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사실도 중국측 후보인 찬 차장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중국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줘 중국측 후보에게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찬 차장 지지를 노골화하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중국이 과거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을 은폐한 전력을 기억하고 있는 회원국들로선 중국이 WHO 사무총장직을 탐내는데 의구심을 품을 가능성이 있다.

찬 차장은 “앞으로 24개 이사회 회원국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라며 “사무총장직에 오르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하면서 중국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홍콩 위생서장을 지내며 사스 대처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은바 있는 찬 차장은 “중국은 사스 발생으로부터 이미 많은 교훈을 얻었고 조류인플루엔자(AI)에서는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학 및 의학 분야 학위와 함께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시게루처장은 두차례 서태평양 사무처장을 지내면서 사스, AI 등 대형 전염병에 대처한 경력을 강조하며 보건행정 전문가로서 능력을 내세우고 있다.

연봉 21만7천달러의 WHO 사무총장직에는 현재 이 둘 외에도 프렝크 멕시코 보건장관과 피터 피요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총장(벨기에), 페카 푸스카 핀란드국가공중보건연구소 소장, 카젬 베흐베하니 WHO 특사(쿠웨이트) 등이 출사표를 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