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이주문화공간 ‘오늘’은 아시아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주택가에 자리한 ‘오늘’은 개천절인 지난 10월 3일 문을 열고 2개월 간의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지난 16일 개소식을 가졌다.

오늘은 ‘작은 도서관’을 꿈꾸며 만들어졌다. 실제 오늘에는 이주민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 꾸며졌고 책꽂이마다 아시아 각국의 도서와 잡지가 채워져 있다.

오늘의 이세기(45) 대표는 “이주민들을 위한 지원은 이주민지원센터에서 한정적으로 이뤄지며 이마저도 한국어 강좌가 대부분”이라며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공유하고 나눌만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문화·시민·사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오늘이라는 공간이 탄생됐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이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서구 가좌동의 ‘드림 도서관’과 부천의 ‘꼬마 도서관’ 정도. 드림 도서관은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등 10여 개 국가에서 들여온 도서 6천여 권을 이주민들에게 무료로 대여하고 있지만 남동구나 연수, 남구, 부평 등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이 방문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오늘은 시범운영 기간동안 인천작가회의가 지난 5~6일 동구 배다리에서 개최한 ‘2008 인천근대문학제, 인천 평화를 외치다’에 참여했다.

오늘은 이주민들과 함께 ‘제2회 아시아 이주민과 함께하는 아시아문학 낭송제’를 열었다. 아시아문학 낭송제는 “현대사의 새로운 삶의 문화로 등장한 이주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오늘, 그들의 문화와 문학을 이해하는 자리였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날 낭송제에서 방글라데시와 몽골, 태국, 카자흐스탄, 일본, 중국, 파키스탄, 베트남 등 아시아 이주민들은 모국의 문학작품을 한국어와 모국어로 낭송하고 자국의 문화를 짧게 소개했다.

모두 9명이 참가한 낭송제에서 한국어로 지은 자작시를 선보인 이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어를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6개월 가량 배운 이주민이었다.

오늘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간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글쓰기를 통해 배우는 한국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주민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동시에 창작활동을 통해 문화적인 갈증을 해소하는 과정이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등을 위한 상담소도 운영한다.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사업주의 폭력, 출입국 관련, 인권침해 등으로 고통받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상담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가정생활, 결혼, 가정폭력, 성폭행 등에 대한 전문상담·치료 활동도 펼친다. 한국인과 이주민들을 위한 다문화 이해교육과 인권 및 권리교육도 준비했다. 이주민들이 참여한 작은 모임 공동체 활동도 계획했다.

이 대표는 “이주민들은 자국의 문화나 우리의 문화를 경험할 만한 기회가 부족하며 특히 어린 나이의 결혼이주여성들은 결혼생활동안 집 안에 갇혀 지내기 일쑤”라며 “이들은 또 대부분 절대 빈곤층으로 정신적인 빈곤은 물론 물질적인 빈곤도 겪고 있다.

이들의 정신적 빈곤을 해소할 만한 공간이 지역 곳곳에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천지역 초등학생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인종 선호도 조사에서 아시아인은 백인과 아프리카인에 밀려 3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어린이들부터 아시아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아시아이주문화공간 오늘을 시작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닫힌 마음이 조금씩 해소됐으며 한다”고 덧붙였다. 이환직기자 slamhj@i-today.co.kr

“편견 없이 다문화 이해해야”

이세기 아시아이주문화공간 ‘오늘’ 대표

“다문화를 향한 우리 사회의 외침 속에는 공허함이 있습니다.”

아시아이주문화공간 ‘오늘’의 이세기(45·시인 및 기고가) 대표는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제도나 사회적인 체계가 예전보다 한단계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을 위한 사회적인 변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 어린 시각도 바뀌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현재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와 노동부, 법무부, 교육과학기술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일관성이 없는 지원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서들이 한마음으로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맡은 바 분야에 한정된 정책만 내놓다보니 정작 이주민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을 총괄하는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더구나 이주민에 대한 지원이 이주민지원센터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한국어 교육 등으로 프로그램이 한정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이주민들에게 정서·문화적인 지원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결혼이주여성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한국어 교육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거나 외출할 만한 사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성격을 띤 이주민들은 그들의 에너지를 분출할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어 집 안에 갖혀 외롭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잘못된 다문화 이해에서 비롯된 일부 대학들의 이기심도 꼬집었다.

대학들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실에 대해 “무자격자들이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깍아내리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학들이 이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거나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는 경우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무조건 민간 한국어 교실을 폄하하는 것은 ‘다문화에 대한 천박한 이해’라고 비판했다.

인천지역만 해도 6천~7천명에 달하는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적응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이 문화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그들끼리 정서적인 휴식을 만끽할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벌이는 이주민 축제 등의 일회성 다문화 행사보다는 이주민들이 함께 모여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이주민들은 한국어를 배워서 모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전담 부서가 만들어지고 편견 어린 우리의 시각이 조금씩 바뀔 때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온전히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환직기자 slamhj@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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