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굴포천 자연형 하천이 준공된 데 이어 승기천과 공촌천도 자연형 하천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인천시는 하천마스터플랜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19개 지방하천을 역사와 문화를 코드로 한 테마별 하천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하천에 관한 담론이 무성하다.

하지만 하천의 유지관리가 문제다. 당장 굴포천 관리권을 두고 인천시와 부평구가 미루는 형국이다. 자연형 하천으로 바뀌게 되는 여타 하천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지난 10∼13일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과 각 하천별네트워크 관계자와 함께 일본의 큐슈 지역의 하천관리사업소를 방문하는 한편 NPO·주민들을 만나 유지관리의 적용 사례를 들어봤다. 두 차례에 걸쳐 취재기를 소개한다.

큐슈의 온가가와(遠賀川)와 시라가와(白川)·미도리가와(綠川)의 길이는 각각 60∼75㎞ 정도다. 하천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큰 강에 해당되는 터라 인천의 자연형 하천과는 비교가 안 된다.

홍수 등에 따른 이·치수 중심이었던 일본의 하천법이 환경과 생태를 중시하는 쪽으로 개정되면서 일본의 하천도 변모하기 시작했다. 기존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는 등 자연친화적으로 하천을 정비하는 것이다. 여기에 NPO와 주민들로 꾸려진 네트워크가 구성되는 등 인천의 상황과 표면적으론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이 각 하천에 ‘자연형 하천’이란 이름을 붙였듯이 일본의 경우도 ‘다자연형(多自然型) 하천’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유지관리나 주민참여 측면에서 보면 극명한 차이점이 부각된다. 온가가와나 시라가와 등을 중심으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하천사무소’를 운영하는 한편 5∼6곳의 출장소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수변관 등 각 네트워크나 주민들의 활동공간도 만들었다.

후쿠오카현 노가타시(直方市)에 있는 온가가와하천사무소는 ▲하천정비와 하천공간도 이용 ▲인간과 자연 중심의 수변공간 조성 ▲제방의 제초제거와 시설 보수 ▲주민단체의 정보교류 ▲방재 등 크게 5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2008년 예산만 54억엔이 배정됐다.

온가가와 상류는 제철과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탓에 시커만 물이 흘렀고 과다한 석탄 채취에 따라 물 수위도 낮아지면서 제방을 쌓기 시작했다. 저류지에만 제방이 70∼8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온가가와(遠賀川)의 수변공간을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는 등 자연친화적으로 변화시켜 생물의 서식지를 형성하는 한편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천사무소는 2003년 7월 큰 홍수피해가 발생하자 온가가와의 변모를 시작했다. 하천 바닥을 파내고, 다수의 교각을 교체했다. 또 펌핑장을 증설하는 등 물의 순환을 원활하게 했다. 치수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역에 어울리는 다리 모양에서부터 하천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 의견을 수렴했다.

치수뿐만 아니라 환경에 관한 사업을 통해 주민 친화공간으로 탈바꿈을 하는 것이 핵심과제였다. 특히 제방을 호안으로 바꾸는 등 습지 조성에 애를 썼다. 동·식물의 서습지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온가가와 인근엔 연어 신사(神社)가 있을 정도로 연어가 많았다고 한다. 하천사무소는 주민들과 워크숍을 통해 ‘연어를 부활시키자’는 목표로 어도를 설치했다. 올해 연어 6마리가 발견돼 하천사무소와 네트워크측이 환호작약했다. 오염은 물론 홍수 피해 등 주민들에게 무서운 하천으로 여겨졌던 온가가와가 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하천사무소의 에가미 아야꼬 조사계장은 “하천 주변의 제초나 청소는 물론 수질오염 등에 대한 비용이 1년에 3천만엔 정도 들었다”며 “사무소와 지자체, 주민들이 삼자협정을 맺어 주변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의견을 교환하는 데만 4년이 걸렸습니다.” 시라가와 17㎞ 구간을 관리하는 ‘쿠마모토하천국도사무소’ 관계자의 말이다. 환경과 문화를 표방하거나 주민 참여 등은 일본 정부가 만든 하천사무소의 주요 과제다. 홍수 피해 등 안전을 시작으로 하천을 역사·문화·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공공장소로 조성하는 게 이 사무소의 과제다.

히라가와의 물줄기는 구마모토 등 도심지를 흐르고 있다. 그 상류는 유명한 아소외륜산 지역으로 80%가 호우지대로 홍수 때는 화산재가 하천에 흘러나온다고 한다.

2007년 홍수 피해가 나자 하천사무소는 히라가와를 도시와 하천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강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치수 대비책으로 제방을 만들었지만 주민들의 접근성이나 활용도가 우선이었다. 도심속에 숲과 물을 조화시켜 상징적 공간으로 조성해도 주민 이용도가 낮아 더 나은 수변 공간 창출이 목표라고 한다. 행정과 주민이 머리를 맞댔다.

사무소의 시마모토 조사과장은 “1997년 하천법이 바뀌면서 다수의 전문가와 만나기 시작하면서 환경적 측면을 크게 고려하는 등 행정도 변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천 정비는 주민 재산권 보호 측면 이외 모든 게 ‘환경’이었다.

하천 주변에 무성한 잡초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편 방범상의 문제도 있었다. 주민과의 교류와 연대는 필수고, 수변공간에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거나 리버스쿨 등 다양한 하천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갔다. 주민 참여폭도 아이에서 노인까지 다양하게 했다. 친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복지쪽 전문가 의견까지 들었다. 장애인들도 수변공간에 접근하는 데 불편한 점이 없는지 등 그야말로 섬세하게 의견수렴을 했다.

하천사무소가 치수를 위한 하드웨어적 성격의 행정기관이 아니라 주민 참여나 하천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하천 관리의 총체적인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큐슈=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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