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육위원 선거 투표일이다.

지난 열흘간의 선거 운동 기간이 후보들에게는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관심을 보였어야 할 시민들은 교육위원 선거 운동이 진행되는지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유권자도 학교운영위원들로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수해가 몰아치고 휴가 기간이 이어져 그 관심도를 최종적으로 보여줄 투표율은 4년 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난리에 교육위원 선거마저 떠내려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듯 4개 선거구 소견발표회와 토론회에 참가한 유권자 수는 적었다.

특히 시민단체와 언론사가 주최해 마련한 인천지역 최초의 모든 선거구 후보토론회는 참석한 후보들조차 민망해 할 만큼 썰렁했다.

후보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듣는 소견발표보다 후보들 간에 공방이 벌어지는 토론회는 후보들을 변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선거 참여 방식이다.

선거공보와 소견발표, 토론회 외에는 어떤 선거운동도 할 수 없는 교육위원 선거의 특성으로 미루어 볼 때, 유권자로서 후보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토론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토론회장이나 소견발표회장에서 유권자인 학교운영위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열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일부 소견발표회장에서는 후보가 동원한 듯한 가짜 열기가 선거 문화를 퇴행시켜 다른 청중들을 썰렁하게 만들었다.

교육감이나 시장도 이루기 어려운 일들을 공약하는 후보와 그 후보의 헛약속에 박수를 쳐대는 동원 청중의 모습은 교육위원 선거 제도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광경이었다.

무엇보다 압권은 자녀의 대학 입시를 책임지겠다는 언설들이었다.

교육위원 선거 유세장이 아니라 학원에서 마련한 입시설명회장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귀를 의심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일류대학을 보내주고 유학을 보내주고, 성공을 책임지겠다는 그 배짱은 평생을 교육자로 모든 아이들을 위해 살아왔다는 후보들의 이력 자랑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의 욕구에 영합하는 교육위원 후보들의 강변은 인천의 대학 입시 성적이 전국 꼴찌라는 근거 없는 주장도 퍼뜨렸다.

대학 입시 성적에 순위를 매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교육위원이 되고자 하는 분이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인데 표를 위해 쏟아낸 무책임한 주장의 극치였다.

어쨌든 선거는 당선자를 가리기 위한 장치이므로 오늘 저녁이면 아홉 분의 교육위원이 결정된다.

그 분들 모두 선거운동과정에서 교육위원회를 바꾸자는 새로운 주문과 신선한 대안을 냈던 분들이다.

앞으로의 문제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이다.

새 교육위원들이 할 수 있는 일과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늘 그렇듯, 선거는 당선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선거운동과정에 시민의 참여가 부족했다면 오늘부터 참여해도 늦지 않다.

더 중요한 일들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앞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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