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오후 이윤성 국회부의장, 조진형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안상수 인천시장, 이훈국 서구청장 등 인천지역 주요 정치인들과 인천시민들이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늦더위에도 불구하고 이경재 국회의원이 주관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 정책토론회를 참관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다. 그 현장은 마치 인천을 여의도로 옮겨놓은 듯했다.

‘아시안게임의 성공조건은?’이란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의 주요 쟁점은 사실상 2014년 아시안게임의 주경기장을 인천시의 안 대로 서구지역에 7만석 규모로 신축할 것인가, 아니면 문화관광체육부의 주장대로 현재 5만석 규모의 문학경기장을 증축하여 사용할 것인가로 집약되었다.

그리고 이날 참석한 유인촌 문환관광체육부 장관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인천의 정치인들과 인천시민들은 유 장관이 주경기장 신축에 대해 긍정적인 한 마디를 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하는 만큼의 시원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인사말을 통해 “그 동안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아시안게임을 더 효율적으로 치르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말미에는 “어제 모 자리에서 인천의 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으며 인천시의 체육시설 현황을 조사해 정말로 타 시·도에 비해 체육시설이 부족한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10월까지 2014년 아시안게임 마스터 플랜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제출해야 한다. 마스터 플랜의 중요한 내용은 주경기장을 어디로 할 것인가이다. 그러나 10월 초가 되도록 주경기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쟁만 지속되고 있다.

10월 제출시한을 넘긴다면 국제적인 망신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주경기장 신축이냐 증축이냐의 결정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유인촌 장관은 그의 말대로라면 10월 1일에서야 인천시의 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많은 서구의 주민들로부터 이러한 말을 들어 왔다.

“이곳은 너무나 생활체육시설이 부족해요. 체육시설 좀 만들어 주세요. 이곳 주민들은 체육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김포, 고양, 일산으로 가요. 이곳 주민들 중 그런 이유로 이사를 가는 사람이 많아요.”

이것이야말로 문화와 복지의 혜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으로의 인구 쏠림 현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가 간의 경쟁이 도시 간의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시기에 있다고 한다. 이는 인천시가 이제 세계적인 국제도시와 경쟁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도시와 경쟁하기도 전에 국내의 중소 도시에 비해서도 열악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천시가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2009년 세계도시축전과 2014년 아시안게임도 유치했지만,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은 아쉽기만 하다.

유인촌 장관이 인천시의 체육시설이 정말로 타 시·도에 비해 부족한지에 대한 보고를 받고, 주경기장을 신축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늦게나마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뒤늦은 체육시설 현황조사 지시 소식을 접하고 부족한 체육시설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껴오면서도, 인천시와 문화관광체육부와의 논쟁에 따라 가슴 조여 온 인천시민의 입장에서 유 장관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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