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도산하게 될 기업이 어디라는 흉흉한 소문만 나돌고 있습니다.”

인천의 산업 엔진이라 불리는 남동국가산업단지가 자금난에다 환율 폭탄까지 겹치면서 연이은 악재에 허덕이고 있다. 입주기업의 공장 가동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도산에 대한 위기감이 기업들 사이에 팽배한 상태다.

12일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남동산단의 공장가동률은 76.7%로 전달 77.3% 보다 0.6% 하락하면서 두 달 연속 80%대를 밑돌았다. 지난해 7월 가동률 82.2%, 8월 81.4% 등과 비교해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에 손해를 끼쳐 생산을 중단하거나 생산시간을 단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주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공장을 부동산에 내놓는 것은 물론 전기료를 내지 못해 공장에 전기가 끊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입주기업 한 관계자는 “남동산단 내 떠도는 말들은 대부분 ‘무슨 기업이 문을 닫게 될 것 같다’는 내용뿐”이라며 “환율, 원자재, 내수 등 무엇 하나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 없어 기업 자체만으로는 대책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는 환율이 건실한 중소기업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전자부품업체 A사는 지난해 1엔에 1천원쯤 하는 일본 엔화 12억원을 빌려 사용했다. 그러나 현재 원엔 환율이 1천400원으로 크게 오르면서 가만히 앉아서 48억원을 고스란히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 오전 남동산단을 찾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을 향해 입주업체들의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전자회로기판 제조업체 세일전자를 방문한 이 장관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흑자 기업이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 마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참석한 입주기업들의 불안감을 씻어주지는 못했다.

세일전자가 제품 원료로 사용하는 동판 가격의 경우 지난해 23달러에서 올해 27달러로 20% 정도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 폭등으로 올 초와 비교해 400원 이상이 올랐다. 월평균 수출액은 10억원 정도지만 원자재 및 환율 상승으로 수입액은 12억원까지 불어나면서 울며 겨자먹기식 적자 수출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세일전자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사치로 여길 정도로 여력이 없다”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