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제2차 한미FTA 서울회의는 농민, 노동,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십만 명이 모여 연일 격렬한 협상반대 시위 속에 마지막 날인 14일 4개 협상이 모두 취소되는 파행으로 끝났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여전히 한미FTA만이 경제발전의 유일한 길이라며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동 및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경제학자들까지 나서서 한미FTA 협상반대를 외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한미FTA에 대한 찬반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관련 산업마다 한미FTA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바쁜 가운데 한미FTA로 인하여 산업 뿐만 아니라 당장 우리 일상생활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 농산물과 축산가공품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오게 된다.

미국의 축산업은 동물을 공산품으로 취급한 공장식 대규모 산업인데 그 대표적인 폐해 사례가 광우병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광우병 소가 워싱턴, 텍사스 그리고 최근 앨라배마에서 발생한 바 있지만 한국정부는 한미FTA 개시 전제조건 중의 하나로 광우병 때문에 금지했던 쇠고기 시장을 덜컥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일주일 뒤인 3월13일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세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는데도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강행은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국민을 인간광우병(BSE)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문제는 이제 쇠고기 뿐만 아니라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농산물이나 식품을 수입할 때 위생검사와 검역을 거치도록 하고 있고 그 기준은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이 미국 농산물을 수출하기 전에 검사하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거나 완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우리 국민 건강과 생태계에 막대한 폐해가 예상된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에 섞여 매일 섭취하기 때문에 몸에 해로워서도 안 되고, 장기간 섭취해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식품첨가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꼼꼼하게 안전성을 확인하여 승인해야 한다.

수입 통관절차를 간단하게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최대 농약잔류량제한(MRL) 검사를 완화하라고 강요했다.

2004년 한국 식약청은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검사 품목을 196개에서 47개로 대폭 축소했다.

반면 일본은 국민의 건강과 식품안전을 위해 올해 5월 29일부터 농약잔류량제한 검사 항목을 280여개에서 799개의 농약으로 검사 폭을 대폭 확대했다.

미국이 최대 농약잔류량 제한 검사를 완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식품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곰팡이가 피고 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수입해서 먹을 농축산물에 방부제와 농약을 광범위하게 살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우리의 유전자조작 표시 제도에 심히 유감이 많다.

따라서 이번 한미FTA를 계기로 한국 시민사회가 오랜 운동을 통해 제도화한 유전자조작 표시제에 대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세계최대의 GMO(유전자조작식품)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2005년 말 미국에서 재배된 콩, 옥수수, 목화의 87%, 52%, 79%가 유전자변형작물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유전자조작식품을 전통적인 종자개량식품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된 농산물의 최종물이 ‘콩’이면 ‘콩’이지 그게 유전자조작을 했건 안했건 소비자도 생산자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검역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다.

따라서 중국산 납 꽃게 파동, 김치 납 검출, 장어 말라카이트그린 발암물질 검출과 같은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수입 검역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우리 식탁에서 중요한 식품 순서로 위생 검사 항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 기준을 더 낮추게 될 판이다.

또한 SPS 기준완화는 악성 가축전염병과 유해병해충의 유입 가능성을 높여, 국내 동식물보호와 환경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현재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환경을 무시하고 경제성장에만 올인하고 있다.

이미 멕시코에서 보여 주었듯이 경제대국 미국과 맺는 FTA의 경제적 효과도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건강과 밥상을 위험에 노출하는 FTA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실 현재 진행되는 한미FTA에 우리 미래 세대들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는 전혀 없다.

지금 우리 어른들이 선택한 결과가 앞으로 미래 세대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건강과 생명, 생태계까지 대대손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연 우리 자신들의 건강과 미래 세대 생명과 직결된 안전한 식품에 대한 접근권이 한미FTA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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