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는 굴포천공사현장.

‘자연과 이야기하면서 걷고 싶은 하천’

오는 10월이면 준공되는 굴포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의 테마다.

인천의 젖줄이면서 지역주민의 생활공간이었던 굴포천이 되살아난다.

진입계단, 전망·관찰·보행테크, 친수광장 등 인위적인 시설투입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수질오염으로 악명 높았고, 냄새나는 굴포천에 사라진 생명체는 물론 시민들도 환호한다.

이는 단순한 토목공사사업이 아니라 삶의 원천을 복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3월 이 사업에 대한 용역을 계약했고, 그 해 12월 ‘굴포천네트워크’가 꾸려졌다. 3기 네트워크 구성이 답보상태에 있지만, 굴포천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난 2기 네트워크는 총 16개 단체, 700여 명이 활동했다. 선진하천탐방, 정화활동 등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굴포천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일에 매진했다.

지난 해 4월과 10월 청주 무심천·원흥이방죽과 시화호 습지공원을 다녀왔다. 무심천은 완전 토종식물로 녹지를 조성했고, 제방에서 50m 이내는 개발제한구역으로 3층 이상 건축을 제한했다.

두꺼비 살리기 운동으로 유명한 원흥이방죽은 택지에 생태계가 조성돼 환경단체들도 관심을 표명하는 곳이었다. 특히, 시화호 습지공원의 수질정화로 쓰이는 갈대습지를 보고 놀랐다.

네트워크 운영위원들의 굴포천살리기에 대한 강한 의욕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밖을 둘러보면서 굴포천을 보는 눈을 더 키웠다. 굴포천에 정화활동은 1년 내내 진행됐다. 스카이환경지킴이, 자연과 함께하는 굴포천 사람들, 굴포사랑회, 자연보호국민운동본부 부평지회 등이 꾸준히 참여, 주변 정화활동과 꽃 심는 일을 함께 했다. 자연형 하천공사가 진행되는 데도 여전히 쓰레기는 난무했고 이를 걷어내고 줄이는 노력들은 늘어나는 쓰레기 양 만큼 증가했다.

교육활동과 대외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부평생태자연학교가 개설됐고, 인천하천아카데미가 열렸다. 도심하천모니터링 활동가 양성교육도 지난 해 9월부터 진행중이다. 강의 날 대회, 춘천 물포럼, 서울대 빗물포럼에 참가했고, 일본 선진하천과 굴포천 방수로를 둘러보는 한편 굴포천의 맹꽁이 모니터링 보고회도 실시했다. 특히 굴포천 모니터링은 회원 10여 명이 9개월동안 진행, 조성사업의 일부 변경까지 이끌어냈다. 연만들기 행사와 천연비누·샴푸만들기 등 미래세대까지 굴포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일을 벌였다.

굴포천이 지역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린 셈이다. 3기 네트워크와 하천살리기 추진단도 더욱 바빠졌다.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효율화를 위해선 참여하는 각 단체별로 굴포천을 관리할 구역을 나눠 활동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한 하천별 네트워크 단위의 활동이 창의적이고 시민 참여형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사무국의 정책대안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는 추진단의 하부조직이나 동원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2기 네트워크는 11일 오후에 모임을 통해 그간의 활동에 대한 반성 등 평가를 벌였다.

3기 네트워크는 1·2기 활동과 궤를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연형 하천의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용수 비용은 물론 하천조성 사업에 엄청난 예산을 들인 만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폐수 방류나 기물 훼손 등 앞으로 관리문제로 네트워크 활동을 전환해야 할 때다.



정치인 참여… 대표단 구성 ‘혼탁’

‘네트워크에 정치인은 빠져라!’

굴포천은 3기 네트워크 대표단 구성을 놓고 내홍에 빠졌다. 네 개 하천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단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네트워크를 없애라는 극단적인 의견에서부터 정치인들 때문에 네트워크가 망가졌다는 비난도 적잖다.

일부 구의원들은 패가 나눠졌고, 모 시의원이 네트워크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3기 굴포천 네트워크엔 71개 단체가 참여를 하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두 단체측 대표가 네트워크 대표단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추진단 일각에선 차라리 공동대표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상대측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양 진영에는 현직 구의원들이 자리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데는 ‘이명박 청계천 효과’를 노린 것이란 지적이다. 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에 정치인들 일부는 ‘굴포천은 내 것’이라는 브랜드를 붙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진단측에선 네트워크에 참여한 정치인이 명함이나 프로필 등에 ‘굴포천’을 활용하지 말자는 규약까지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할 정도다.

한편에선 하천살리기추진단 조례나 네트워크 구성 및 운영규칙에 따라 당연직으로 정치인의 참여가 열려 있고, 특히 정책을 결정할 때 필요하다는 입장도 강조되고 있다.

또 네트워크는 단순히 봉사활동을 펼치는 곳이 아니라 하천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소통의 기구가 돼야 한다며 네트워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에 대한 주도권 싸움을 위해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굴포천은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고, 자연형 하천조성사업도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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