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 감고 자맥질했던 인천의 개울은 1970~80년대 자를 대고 잘라낸 듯 볼품없는 방제하천으로 그 모습을 달리했다. 송사리를 잡고, 잠자리채를 들고 뜀박질을 했던 추억의 개울은 임해공업도시 ‘인천’ 앞에 더 이상 추억없는 도랑으로 떨어졌다. 산업단지와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를 모아 바다로 빼는 배수구일 뿐이었다.



30~40년 전 자연 그대로의 하천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연형 하천조성 계획이 처음 나오자 ‘장마철 물이 넘치면 누가 책임질 것인냐, 방제기능은 어떻할 것이냐.’ 말도 참 많았다. 예산부족으로 멈칫할 위기도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숱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인천하천살리기 6년, 옛날의 온전한 하천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소중한 추억을 만들만한 자연형 하천이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 하천을 보듬고, 더 많은 얘깃거리를 생산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2002년 1월 시작한 인천하천살리기에 모두 1천535억원이 들어갔다. 국비 686억원, 시비 847억원이다.

승기·굴포·공촌·장수·나진포진 등 인천의 5개 하천(총 길이 24.35㎞)에 자연 복원기법을 적용했다.

공간배치를 새로 하고 수변에는 나무를 심었다. 하천 퇴적물을 걷어낸 뒤 수질정화 식물을 심고, 빗물을 이용한 보와 생태·체험공간도 마련했다. 그 면적은 무려 116만5천485㎡로 수변공간이 22만1천㎡, 둔치가 94만4천㎡다.<표 참조>

2009년 6월 자연·생태으로 거듭날 인천의 하천이 가져다 주는 혜택은 무얼까?

먼저 수질이다. 복원 전 생물학적산소요구량이 15ppm을 기록했던 하천수질이 3~4ppm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승기·굴포·나진포천의 수질은 ‘보통’인 Ⅲ급 수질을, 장수·공촌천은 ‘매우 좋은’ Ⅰa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깨끗하고 맑은 수질로 생물의 다양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복원 전 굴포천에 2종에 불과했던 수생생물은 복원 뒤 30여 종으로 늘어났다. 물 속에 먹이가 늘어나면서 참새나 양비둘기 등 흔히 볼수 있는 새들이 아닌 겨울철새도 찾아 올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 청계천의 경우 복원 후 식물은 64종에서 312종으로, 곤충은 46종에서 174종으로, 어류는 19종에서 23종으로 증가했다.

줄어드는 악취는 자연형 하천조성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물이다. 악취을 일으키는 바닥 퇴적토의 경우 화학적산소요구량이 복원 전 ㎏당 2만5천544㎎에서 90㎎으로 뚝 떨어졌다.

복원 전 ℓ당 각각 826㎎과 322㎎을 보였던 총질소와 총인도 복원 뒤 60㎎과 8㎎으로 급락해 악취와 수질 개선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은 물이 흐르는 자연형 하천 복원과 도심의 열섬화 현상과의 상관관계다. 청계천의 경우 복개구간정비와 하천의 유지용수공급으로 10%정도 도시열섬화의 개선효과를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인천의 경우 도심지역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는 아주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하천을 따라 부는 바람길 형성에는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의 경우 복개구간을 뜯어내자 하천골을 따라 바람이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앞으로의 과제
시민들 참여 없으면 하천 복원 성공 못해

이제까지 인천의 하천살리기는 하드웨어 구축에 불과하다.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된 인천의 하천이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하천의 둔치에 ‘미국자리공’(일명 잉크나무)이나‘뚱단지’(일명 돼지감자) 등 유해성 외래종 식물이 자라나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내 손으로 뽑아내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제 시나 구가 하천을 관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천지킴이로 나서는 마음가짐이 절실할 때다.

애초 인천하천살리기가 민·관파트너십으로 출발한 것도 시민 참여없이 진정한 하천살리기는 까마득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는 감성적 발동에 따른 봉사가 결코 아니다. 내 집, 우리 동네가 살기 좋은 곳으로 태어나는 시발점이자 내 아파트의 값으로 올리는 실천적 활동이다.

이런 점에서 인천지역환경기술센터의 인천하천살리기 경제적가치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센터측은 승기천 준공시 장수 천과 함께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가치는 연간 34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중인 인천의 하천주변의 자연경관과 수질, 대기 등 환경성 회복으로 주변 부동산 가치가 동반 상승한다는의미다.

인천시는 내년 8월 ‘세계도시축전’ 방문객들에게 인천의 대표 상징물로 하천을 꼽고, 복원사례를 홍보할 예정이다. ‘코리아 하면 인천, 인천하면 하천에 깨끗한 물이 흐르는 환경의 도시’로 세계인의 머리속에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하천을 매개로 자연과의 공존하는 인천의 모습을 보여줘 세계속에 인천의 이미지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시는 또 하천을 도심 관광자원으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전국의 학생들이 몰려와 인천하천을 생태교육장으로 활용토록 할 예정이다. 하천과 도심을 연결해 프리투어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인천 하천복원 CF를 만들어 홍보하고 하천을 소재로 전국의 각종 창작작품을 공모할 방침이다.

인천의 희망, 하천살리기의 지름길은 시민들의 참여 속에 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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