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난 2003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택시요금 교통카드 결제 시스템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승객의 한 사람으로서 애석하다는 생각이 든다. 6월말 현재 택시 교통카드 1일 이용건수는 전체의 4.5%에 불과하다고 한다.

당초 출발은 승객 위주의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시행했겠지만 사업 초기 제대로 홍보도 돼지 않은 상태에서 택시 기사들 스스로 돈을 들여 단말기를 달도록 한 것이 이 제도가 아직도 자리잡지 못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손님의 입장에서 얼마 안되는 요금을 굳이 카드로 결제한다는 것도 쑥스러운 일이지만 진짜 현금이 없어 카드를 내밀 경우에도 택시기사들이 별로 달가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택시기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못마땅해 하는 것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일이었다. 즉, 단말기에 카드를 쓰면 쓸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승객에게 영수증을 뽑아줘야 하는데 그러자면 거금을 들여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고 잦은 오류와 고장까지 관리해야 하니 경제적으로도 손해요 시간적으로도 손해라는 주장이었다. 전혀 이익이 없는 일에 누가 스스로 나서서 자기 돈을 들여 단말기를 설치하겠느냐는 하소연이었다. 당시 외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해서 세부적인 계획없이 밀어붙인 결과가 오히려 택시기사들의 반발만 초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행히 지난해 11월부터 택시 승객의 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해 할인액을 200원으로 인상하고 택시기사에게도 건당 100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카드 이용률은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한다.애초부터 그렇게 택시기사와 손님 양쪽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면 택시 카드사용이 벌써 자리잡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수일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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