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2004년도에 ‘인천경제자유구역 교통기본계획수립 및 신 교통시스템 도입타당성 조사연구’를 발주해 2005년 12월에 완료했다.

이 연구결과서는 384쪽 분량으로 국토의 균형발전과제를 연구하기 위해 1978년에 설립된 국토연구원에서 작성했고, 경제청은 그 대가로 용역비 5억3천만원을 지불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송도, 영종, 청라지구별로 기존의 획일적인 대중교통수단 이외에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시성이 높은 신 교통시스템을 선정하기 위한 것인데, BRT(간선급행버스)와 고무차륜AGT(자동안내궤도식철도), 자기부상열차를 놓고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서 지구별로 최적의 방식과 노선을 제안했다.

경제자유구역청은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청라지구 교통계획에서 도시철도계획을 제외시킨 실시계획 승인을 2006년도 말에 재정경제부로부터 받았는데,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이 연구결과의 신뢰성이나 실시계획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아마도 국토연구원이라는 권위 있는 연구기관에서 연구결과를 내놨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2011년 3월 개통 예정인 서울지하철7호선을 청라지구까지 연장하자는 의견을 필자를 비롯한 다수의 인사와 지역주민들이 줄기차게 제기할 때마다 경제자유구역청은 연구결과에서 청라지구의 경우 BRT가 최적의 신 교통시스템이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도시철도연결 검토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곤 했다. 경제청 개청 4주년을 기념해서 발간한 백서의 미래비전에도 청라지구의 첨단교통을 BRT로 명시해 2013년부터 2017년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못을 박아 놨다.

따라서 필자는 지난 11월초부터 인천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면서 경제청이 그토록 자신하던 ‘인천경제자유구역 교통기본계획수립 및 신 교통시스템 도입타당성 조사연구’의 신뢰성을 검증해봤다. 검증의 범위를 청라지구로 한정했는데도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앞과 뒤가 맞지 않는 논리전개와 오탈자, 수치상의 오류 등 비전문가인 필자가 발견한 문제만 해도 여러 개였다.

사실 필자도 기술적인 부분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간 경제청이 청라지구 신 교통시스템으로서 BRT가 최적의 노선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해온 문구는 조사연구서 맨 마지막 페이지에 기술된 ‘정책적 건의’에만 나타나 있었다.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반대로 연구서 전반에 걸쳐 운영안전성과 기술적 측면, 경제적 측면에서 고무차륜AGT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기술되어 있었다. 또한, 2004년도를 연구의 기준년도로 잡다보니 급변하는 청라지구 개발환경과 장래 교통수요에 비춰봤을 때 통행수요가 과소 산정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BRT를 최적의 시스템으로 정했다는 것은 조사연구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이에 대해 행정사무감사에 참석한 인천경제청의 고위급 인사는 “권위 있는 기관의 연구결과이므로 100% 신뢰 한다”고 자신하다가 필자가 제기한 몇 가지 문제점을 본 후에야 결국 조사연구서에 문제가 많음을 인정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얻은 교훈이 있다. ‘지금까지 인천시와 관계기관이 발주한 수많은 연구용역의 결과를 신뢰해왔고, 그 결과에 의해 각종 정책방향이 결정되는 것에 대해 이견을 달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의원인 필자가 너무 나태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면서 앞으로는 최소한 관심부분에 대해서라도 연구용역 결과서를 꼼꼼히 살펴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또한, 시민의 혈세를 사용해서 만든 엉터리 조사연구서를 토대로 중대한 정책결정을 한 인천경제청과 인천시 관계부서는 책임을 져야 하고, 신뢰성이 없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해당 연구원으로부터는 용역비 5억3천만원 전액을 환수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토지공사가 청라지구내부를 연결하는 신 교통시스템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 5월 15일 발주한 또 하나의 연구용역이 11월 14일 완료됐다. 청라지구 안에서 움직이게 될 교통시스템을 검토한 중대한 내용이므로 필자는 이 연구결과 또한 검증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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