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농업기술센터 조숙래 농촌지원팀장(53).
33년째 농업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인천시 최고참 공무원의 한 명이다.

‘농촌’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광역 도시 ‘인천’이지만 도시민과 농촌을 잇는 다리역할로 하루가 분주하다.

“농촌지역이 적은 인천에서 농업기술센터가 무슨 역할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단순히 농업이라는 단어만 떠올리시기 때문이지요. 센터는 그러나 의외로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고, 호응이 큽니다.”

지금은 보편화한 ‘폐식용유로 재생비누 만들기’를 인천에서 최초로 시도한 이가 조 팀장이었다. 91년 페놀사건으로 환경문제가 급부상하던 당시 그는 누구보다 먼저 재생비누 제조 기법을 배워 지역 전역으로 확산시켜 나갔다. 오래전 시도했던 ‘버려지는 재봉틀로 헌옷 리폼해 입기’ 등 조 팀장은 꾸준히 아이디어를 창안해 도시민, 농촌사람 모두 자원낭비를 줄이고 생활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업을 기획·실행해 왔다.

그가 이끌고 있는 농촌지원팀의 눈에 띄는 성과는 (사)생활개선회라는 산하조직의 활발한 활동이다. 개선회 소속 소모임은 우리음식연구회, 규방공예연구회, 흙사랑회로, 농촌지원팀은 그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음식연구회는 ‘우리의 맛 쌀요리와 김치’ 전시회를 열었다. 농촌과 도시에 사는 여성들이 제각기 지닌 음식솜씨를 선보이며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운 행사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인천의 농촌지역에 사는 분들 중 장담그기, 찐빵만들기 등 전통조리법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십니다. 그 분들 댁을 전통체험장으로 지정해놓았는데 도시 여성들이 즐겨 찾는 등 효과가 큽니다.”

센터의 규방공예 강좌를 들은 수료생으로 결성된 규방공예연구회는 천연염색부터 작품 완성까지 모두 한다. 지역에서는 드문 연구회로, 회원들은 도시 농촌을 떠나 우리 전통공예의 맥을 잇는다는 열의로 가득하다.

“도시의 어린이나 여성들이 농촌의 어르신들로부터 연, 짚풀공예, 요리기법 등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도시, 농촌 모두 대환영입니다. 센터가 과거 농촌의 부엌개량이나 영양결핍 해소 등 농촌생활개선에 주력했다면, 시대가 변한 지금은 ‘소비자 농업’이라는 개념으로 일하고 있지요. 이것은 농업의 최종고객인 소비자의 의견을 농업의 전과정인 생산에서 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반영해 농업 농촌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업이예요. 저 역시 팀원들과 그 부분에 주력해 일하고 있습니다.”

조 팀장은 다른 이들 눈에 농업기술센터가 빛나고 대단한 직장은 아닐지라도 자신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보람있었다며 웃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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