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석남동의 A경로당은 요즘 노인 20여 명이 거실에 매일 모여 앉아 소일거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바깥 날씨가 쌀쌀하지만 실내는 뜨끈뜨끈했다.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기업과 인근 교회 등에서 수시로 들여다 보고 지원을 해줘 난방비 걱정 없이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집보다 따뜻하다’는 어르신도 생겼다.

반면 동구 송현동의 B경로당은 아직 방안에 온기가 남아 있지만 이미 보일러는 꺼놓은 상태로 찬 기운이 돌면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스비 걱정에 보일러를 끄고 두툼이 챙겨입은 외투를 실내에서도 벗지 못한다. 그나마 경로당이 아니면 모여 앉아 바둑 둘 곳도 없으니 이마저 고마울 따름이다.

고유가 한파로 인해 경로당도 ‘빈익빈 부익부’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 후원이라도 받는 경로당은 난방비 걱정은 안해도 되지만 시·구에서 받는 지원금이 전부인 경로당은 난방비를 각출해야 할 형편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인천시 경로당은 1천280여 개로 각 구마다 많게는 200여 개에서 적게는 30여 개로 분포돼 있다. 시는 이들 경로당 각각에 월 13만원의 운영비와 연간 62만원의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각 구는 형편에 맞게 지원액을 보태 각 경로당으로 지원한다.

A경로당의 경우 지역의 P업체와 자매결연을 맺어 구 지원금 외에도 매월 10만원 씩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인근 교회와 봉사단체에서도 종종 지원금을 받는다.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머무는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보일러가 꺼지는 일은 없다. 전모(79)할아버지는 “한 겨울에는 난방비가 40만원 가까이 나오기도 한다”며 “여러군데서 지원해줘 식사도우미에게 수고비를 줄 정도”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관리동에서 운영 중인 경로당도 형편이 나은 편. 아파트 차원에서 운영비며 부식비가 지원되는 데다 구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구 보조금에 의지해야 하는 다수 경로당은 A경로당의 사례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B경로당에서 바둑을 두던 이모(80)할아버지는 “한 겨울에도 오전에만 불을 때고 그 온기로 하루를 버틴다”며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걷어서 충당한다”고 말했다.

중구의 C경로당은 추울 땐 아예 문을 닫기도 한다. 기름 보일러를 쓰고 있어 한 겨울에는 도저히 기름값을 맞출 수 없어서다.

이 경로당 박모(75) 회장은 “기름이 떨어지면 1만~2만원씩 쌈짓돈을 걷어 기름을 사는데 이때 이 돈이 없어서 경로당에 못 나오는 양반도 생긴다”며 “혼자 사는 노인들이 경로당 아니면 어디가서 추운 겨울을 보내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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