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공원(자유공원)의 역사적 의미는 3.1운동으로 확산된 정부수립운동의 구체적인 첫 사례인 ‘13도 대표자대회’가 열렸던 장소성에서 찾아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시 인천은 일본 동경에서 있었던 2.8독립선언의 경과가 국내로 전달되는 통로로 활용, 특히 독립운동의 결과물인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집합지였다는 점에서 만국공원집회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는 주장이다.

(사)인천사연구소가 8일 오후 2시부터 구월동 한미은행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인천사랑방에서 연 ‘인천·김포지역의 3.1운동’ 학술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양윤모 인천사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만국공원의 역사성에 대해 독립투쟁의 기억이 존재했음을 환기시켰다.

양 연구원은 ‘13도 대표자회의’가 3.1운동 기간동안 국내에서 조직된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유일한 사전협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한성정부 관련 인물들의 신문조서와 공판시말서 등을 토대로 사건을 정리, “4월2일 인천 만국공원에서 ‘13도 대표자대회’를 열고 임시정부의 조직과 파리평화회의에 대표 파견, 국민대회 개최를 통한 정부수립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 연구원은 만국공원 회합이 철저하게 비밀회합이었다고 전제, “이 대회는 일제의 감시망을 뚫고 독립정부를 수립하려는 의지를 가진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이 모인 최초의 회합이었다”며 “일제의 삼엄한 경비속에서 계획과 추진, 결과를 보았다는 점은 독립운동사상 기념비적인 성과”라고 짚었다. 따라서 정부수립운동에 만국공원에서 개최된 대표자회의가 중심에 있었던 점이 바로 공원의 역사적 위치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그는 만국공원에 세워진 세창양행 사택과 존스턴 별장의 상징성에 대해 제국주의시대 산물을 벗어날 수 없음을 들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역사적 근거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풀었다.

이어 “‘역사란 과거의 자료들과 현재 역사가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가 맞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만국공원과 공원에 있는 역사적 실체들과 대화해야 한다”며 “결과는 역시 제국주의 침략이라는 대세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결론적으로 양 연구원은 “만국공원 역사성이 제국주의에 대한 경배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만국공원에서 개최된 대표자대회는 제국주의를 몰아내려는 이 땅의 주인이 펼쳤던 응전”이라며 “이 대회야말로 만국공원의 역사성을 제국주의 시대 건축물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조망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라고 맺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