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공립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때아닌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건물을 짓긴 해야 하는데 개발 광풍에 땅값이 너무 올라 있는데다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까지 작용해 부지매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의 공립보육시설 확충 계획에 따라 인천시도 올해 13곳, 내년 17곳 등의 보육시설을 늘릴 계획이다. 국비 지원 한도액은 2억1천600만원으로 나머지 비용은 시와 구가 반씩 부담한다.

이 중 구청장 공약사항과 맞물려 가장 많은 공립보육시설을 지을 예정인 남구는 부지 매입 가격을 두고 ‘첩보작전’을 벌여야 할 판이다. 구는 현재 15곳의 보육시설을 운영 중이며 2009년까지 8곳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용현·학익지구, 제물포역세권 등 구에서 이뤄지는 50여 개의 재개발·재건축사업 때문에 땅값이 지난해보다 평균 30% 이상 오른 것. ‘주민 80%가 개발예정지에 살고, 나머지 20%가 개발 영향권’에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구가 부지매입을 위해 제시하는 감정평가액이 시세와 워낙 차이가 큰데다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구 조정위원회를 거치고 의회의 동의를 구하는데 걸리는 한 두달 동안에도 지가가 계속 올라 땅주인의 마음이 바뀌기 일쑤라는 게 구의 설명이다. 때문에 합의 ‘직전’에 이르렀다가 가격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해 계약이 무산된 경우가 올해만도 3차례다.

구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올해 개관할 시설의 부지는 선정했지만 문제는 앞으로 지을 5곳의 부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예산절감을 위해 인근놀이터 등 지역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도 같은 이유로 애를 먹고 있기는 마찬가지.

남동구는 임대주택단지 내 관리동을 활용해 보육시설로 만들었다. 대한주택공사에서 무상으로 임대받았기 때문에 인천에서 문을 연 공립보육시설 중 가장 저렴한 비용이 들었다.

연수구는 단독주택을 싸게 매입, 시설개선작업을 거쳐 보육시설로 꾸몄다. 땅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가도 많이 올라있어 매입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각 구가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한도액 2억1천600만원이 건축단가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비는 국가가 지원한다 하더라도 부지매입비 및 기타 비용은 시와 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당초 예정된 13곳 가운데 9곳은 어렵사리 문을 열고 운영 중이며,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시비 지원액을 늘렸다”며 “시비 지원액이 늘어나면 구비 지원액도 늘어나야 하는 만큼 각 구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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