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르신들이 다들 돌아가셔서 제가 연기활동하는 것을 반대하실 분들이 없어요. 배우로 활동하며 잊혀가는 황실에 대해 자꾸 일깨우고 각성시키고 싶어요.”

황실 후손 이홍(32)이 최근 들어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되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죽음을 새롭게 해석한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개봉을 앞두고 황실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환기됐기 때문이다.

이홍은 고종황제의 증손녀다. ‘비둘기 집’을 부른 가수 이석 씨가 아버지로, 그는 고종의 서자 의화군(의친왕) 이강의 11번째 서자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께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하셨어요. 연기자라는 직업이 양파껍질 벗기듯 보여줄 것이 많고 또 카메라 앞에 서면 행복하기 때문에 연기자를 꿈꿔왔습니다.” 하지만 생각만 앞섰을 뿐 지금까지 그는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4~5년전 CF 서너 편에 얼굴을 내밀고, 쿨과 조관우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것이 활동의 전부. 그 사이 그는 피아노 교사로 활동하며 교회 봉사 활동에 전념했다.그러다 최근 지금의 매니저를 만나면서 다시 활동을 준비하게 됐다.

“‘한양 레퍼토리’에서 연기의 기본에 관한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좋은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MBC TV 드라마 ‘궁’은 황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설정. ‘궁’을 재미있게 봤다는 그는 “황실이 없어지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저렇게 살고 있었겠지 하는 생각을 했고, 등장인물들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가 성장과정에서 황실의 후손임을 특별히 자각한 것은 아니다.17세가될 때까지 부모가 미국에서 살았던 탓에 그는 홀로 떨어져 외조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궁에서 살았던 것이 아니어서 황실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어요. 그저 평범한 시민 중 한 사람이었죠. 그러다 크면서 점점 황실에 대해 자각하고 책임감, 의무감도 느끼게 됐죠.”
몇 년 전의 일이다. 경복궁을 거니는데 갑자기 바람이 휑하고 불더니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더라는 것.

“정말 이상했어요. 슬픈 일도 없었는데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궁지기 할아버지께 여쭤봤더니 그곳이 바로 명성황후 할머니께서 시해당하신 장소였어요. 할머니께서 내가 온 것을 반가워하셨던 것 같아요.”

이홍의 또 다른 꿈은 소외된 자들을 돕는 것. 영광교회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캠프의 운영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8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우간다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평생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은 테레사 수녀처럼 봉사활동을 하는 거에요.” 현재 영화 출연을 준비 중인 그는 “일본이 왜곡한 근대사와 훼손한 조상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싶다. 그런 작업을 연기 활동을 통해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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