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실향민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아. 기대 안한지 오래됐어.”

57년째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대연평도에 살고 있는 박순교(79)할아버지와 이용녀(79)할머니. 이들 노부부는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때 연평도로 피난을 내려온 뒤 줄곧 이곳에서 생활해 온 실향민이다.

“일본식민지 때 정신대로 나가기 싫어 15살 꽃 다운 나이에 결혼했더니 또 공산주의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와 보니 남은 건 우리 둘 뿐. 아무도 없더군. ”

이들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 첫날인 2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이북 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TV를 통해 보며 새삼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가 북한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항상 뒷산에 올라가면 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이 황해도 땅이지만 지금은 휴전선과 북방한계선(NLL)이 있어 갈 수 없는 곳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연평도에 3천명이 넘는 주민들로 바글바글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 절반도 남지 않아 동네가 항상 조용해. 그만큼 연평도가 살기 힘든 곳이 돼버렸단 말이지. 자식들과 연평도 내 젊은 사람들은 모두 뭍으로 나가버렸거든.” 현재 연평도에는 1천3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지난 2002년까지만 해도 잘 잡히던 꽃게가 올 봄까지 잡히지 않아 조업을 하던 주민들 대부분이 빚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 대부분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연평도가 다시 회생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노부부는 전했다.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때는 연평도에 많은 투자를 해준데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주민 모두가 노력해 왔었어. 그런데 지금은 옹진군에서조차 찬밥신세가 돼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있거든.”

이들 노부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연다고 해서 연평도에 도움이 되겠냐며 머리를 가로져었다. 노부부는 남은 여생을 이곳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연평도=박정환 송효창기자 jyhc@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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