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통의 목각인형 줄 인형극 ‘마리오네뜨’ 무대가 인천에서 펼쳐진다. 마리오네뜨는 인형의 손과 다리, 어깨, 귀 등 10여 군데 줄을 달아 움직이면서 사람이 연기하는 듯 섬세한 감정까지 표현한다. 이 장르에서 국내 유일하게 인형을 제작, 직접 연출·공연하는 김종구 인형극단 보물 대표다. 그가 인천 관객들을 찾아나섰다. ‘목각인형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3~5일 서구문화회관 소공연장에 오른다.

색소폰을 든 목각인형이 또각또각 걸어나오며 신명난 음악을 연주한다. 덥수룩한 턱수염과 꽁지머리를 한 인형은 무대에 오르자 정열적으로 온몸을 비틀면서 색소폰 연주를 한다. 마음에 드는 관객에게는 윙크를 하기도 하고, 때론 눈썹을 꿈틀거리며 진지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리고 무대를 한바퀴 돌면서 관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행복하세요?”

줄에 매달린 목각인형은 갖가지 묘기를 연출한다. 종종걸음으로 등장해 발레를 펼치는 발레리나, 말을 탄채 대금을 부는 선녀, 노래하는 피에로, 변검을 선보이는 인형이 연이어 공연을 펼친다. 김 대표의 손끝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마흔 중반 나이에 러시아 유학길에 올라 상트 페테스부르크 국립연극대학 인형극학과에 진학한다. 귀국하자마자 경남 양산의 산속에서 꼬박 2년을 준비한 작품이 ‘목각인형 콘서트’다. 한국 최초 마리오네뜨 공연을 통해 ‘한국의 제페트 할아버지’란 별명을 얻었다. 춘천인형극제 공식초청작 선정을 시작으로 과천한마당축제, 안동 국제 하회탈 춤축제, 광주비엔날레, 부산국제연극제에 이르기까지 공식초청을 받아 무대에 섰다. 지난해엔 전국문예회관연합회로부터 ‘2007년 우수공연’으로 선정됐다.

“목각인형은 그 하나하나에 혼이 들어가 있는 듯 정교하고 소중하다. 서슴없이 내 자식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혼을 가진 인형들 앞에서 어린 관객들은 자연의 소중함마저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극을 흥겹게 안내하는 피에로 말처럼 나무는, 인형은, 사람은,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사랑’이다.” 김 대표가 보내는 메시지다. 3일 오전 11시 오후 2시·4시, 4·5일 오전 11시(단체). 2만원. ☎(02)924-1478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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