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건축가가 있다. 관주도 개발주의가 횡행하는 인천의 도시공간을 비판적으로 해부, 그 위에 건축적 상상력을 덧입히겠다고 나선 이들이다. 개발현장의 틈을 응시해 얻은 영감을 드로잉과 모형, 혹은 영상도구에 담아 전시장에 옮겨놓으려 한다.

구도심과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주목했다. 이들 도시의 현재성을 각각 ‘가면속 도시’와 ‘공포의 도시’로 정의했다. 구영민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와 박준호 정림건축 소장이 그들이다.

‘상상의 대지 탐사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5일부터 18일까지 배다리 옛 인천양조장 건물을 리모텔링한 전시 공간 ‘스페이스 빔’에 자리를 편다.

구 교수는 주제를 ‘가면 도시속에서의 응시’(Gaze into the Masquerade City)로 정했다. “응시라는 개념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주고받는 차원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다가선다는 것이죠. 이번 작품들은 근대화와 산업화이후 남겨진 황폐한 도시의 경계를 일상성의 가면을 통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근대화와 산업화로 여기저기 흩어진 인천의 신체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제 3의 공간, 건축, 그리고 도시를 재조명하려는 것이 주된 의도입니다.”

화수부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폐허의 흔적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있다. 그곳 집들을 해체하고 그 속에 가려진 것들을 끄집어내 또 다른 모형으로 만들었다.

또 하나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시나리오를 골라냈다. 4명의 주인공인 살던 방에서 유추, ‘도시의 4개의 방’을 만들어냈다.

“결과물들은 구조적 사고를 통합해서 만든 것이에요. 작업은 완성의 경지를 추구하기 보다 미완성속에서의 차이와 갈라짐, 그리고 재결합의 규칙을 통해 진화가 접혀진 상태의 건축을 응시하는 것입니다.”

구 교수와 인하대 건축학부 대학원 건축의장 연구실팀이 작업을 함께했다.

또다른 축에서 박 소장은 ‘공포 도시의 생성적 의미론’(Generative Semantics of Phobia City)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사진기를 둘러메고 도착한 배다리라는 공간에서 가라앚은 분위기, 일종의 초현실주의를 느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포비아(공포증)였어요. 한편 송도라는 곳은 물이 있던 지역을 메워 고층건물을 지었죠. 두 장소의 간극은 천지 차이 그 자체였습니다. 구도심과 개척된 신도시 사이에 새로운 도시가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그곳을 ‘포비아 시티’라고 명명했습니다.”

도시를 6개의 존으로 나눴다. 각각의 지대는 ‘어떠한’ 공포를 내재하고 있다. 첫번째 존은 구도심 지역으로 ‘게토’(Ghetto)라 명했다. ‘기억상실’의 공포가 있는 곳이다. 두번째 존은 ‘물의 끝’(End of Water)이다. ‘깊이’에 대한 공포가 있다. 이렇게 6개 존의 이름과 성격을 지워주고 이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건축회사를 다니는 4인이 만든 팀 ‘EAST 4’가 박 소장을 도와 작업했다.

“두 건축가의 비실재적일 수 있는 판의 해석과 사유물은 건축의 시원에 대한 응시이자 건축 유토피아에 대한 환기로서 관람객들에게 다가갑니다. 새로운 구조물과 이형의 공간, 탈장소적으로 구축된 인식의 탑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시를 기획한 전진삼 간축비평가가 의미를 짚는다. ☎(032)422-8630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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