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 SK 와이번스가 지난달 28일 잠실야구장에서 LG에 7-2 대승을 거두며 삼성 파브 2007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프로야구 최고령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올 시즌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창단 7년만에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한 김성근(65) SK 감독은 “오늘은 한 잔 마셔야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잘 나가던 성적이 주춤하자 즐겼던 술을 끊었다. 그는 “오늘(9월28일 LG전) 경기는 힘들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 게 힘들었다. 우리가 이겨도 두산이 계속 따라오니 매일 새벽 2~3시까지 잠을 못 잤다. 이제 좀 편해진 것 같다”고 소회했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개혁’을 꼽았다.

그는 “선수들이 이렇게 잘 해 줄지는 몰랐다. 선수들 모두 이겨야겠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했다. 나는 편하게 야구를 했다”며 우승 소감을 밝힌 뒤 “개혁이 필요했다. 선수들에게 개혁을 하기 위해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 모두 잘 따라 주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6일 제 3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 개조를 강조했다. 겨울 전지훈련은 혹독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베테랑 선수들도 힘들 훈련을 감수해야 했다. 젊은 선수들 역시 주전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연스럽게 팀내 세대교체도 이루어졌다. 김 감독은 팀 플레이를 강조했고 생각하는 야구를 지향했다. 선수들도 바뀌었다. 5월 잠시 주춤했지만 SK는 시즌 내내 승승장구했다.

시즌 중 ‘재미없는 야구’로 시기를 받기도 했지만 이런 ‘김성근식 야구’는 창단 7년 동안 정규리그 우승 한 번 못한 팀을 제일 높은 자리에 올려 놓았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도 감독 생활 16년만에 첫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이다.

2005년과 2006년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코치생활을 한 뒤 국내 복귀 첫 해,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김 감독은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직은 샴페인을 터트릴 때가 아니다”라는 그는 “두산과 삼성을 경계했지만 최근에는 한화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남은 기간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누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든 야구팬들에게 멋진 승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는 7전4선승제 단기전이다. 김 감독은 원점에서 살피고 상대팀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선발 로테이션도 3일 쉬고 던지는 전략을 고민중이다.

김 감독은 “SK도 인천 야구팬의 성원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보다 인천 야구팬들이 SK의 우승을 기원했을 것이다”며 정규리스 우승의 영광을 팬들에게 돌렸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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