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인천에도 해물찜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한 해물찜 본연의 맛보다는, 음식을 내놓는 그릇의 지름이 몇 센티미터이냐? 낙지나 꽃게가 몇 마리가 들어갔느냐가 그 집의 선전문구가 되는 것이고 그런 집들에 가보면 말 그대로 ‘질보다 양이다’. 오늘 소개하는 부평구 부평동의 ‘박가네 아구나라’는 국내산 해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믿고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다. 또한 이 집 음식 맛의 비결은 고추 등 식재료. 주인 박노열 사장이 충북 음성 등지에서 구입해 온 태양초를 수시로 곱게 빻아 사용하는 고춧가루가 매콤하고도 칼칼한 맛을 낸다. 뿐만 아니라 된장, 고추장, 야채 등도 말그대로 ‘시골표’를 고집해 양념과 밑반찬 전반에 깊은 맛을 간직하고 있다.

남도지방과 서해안에서 잡히는 뻘낙지와 아귀 등 싱싱한 해물을 확보하는 것도 주인장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매일 새벽이면 연안부두 어시장을 찾아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주방을 총괄하는 부인(나미란)의 손맛을 ‘간 큰 남편’이 반드시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일단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면 바깥사장이 한 눈에 음식의 상태를 알아채고 ‘합격-불합격’의 사인을 내준다는 것. 음식인심도 푸짐하다. 낙지와 아귀를 듬뿍 넣어주고 녹차콩나물, 미나리 등 야채는 무한정 리필 해준다.

무덥던 더운 여름이 가시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요즈음 껄끄러운 입맛을 돌리기에는 매콤얼큰한 음식이 제격이다. 특히 부드러운 육질의 아귀살과 콩나물, 미더덕, 미나리 등을 함께 넣고 발갛게 무쳐낸 아귀찜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찌뿌드드한 몸을 뜨거운 욕탕에 담글 때의 시원함. 바로 아귀탕과 찜으로 지친 속을 풀어낸 뒷맛과도 같다.

아귀는 해독력이 뛰어난 생선으로 특히 간의 피로물질을 희석시키는 아미노산과 손상된 세포를 재생시키는 영양소 비타민A가 많다. 이러한 아귀가 주연인 아귀탕과 찜은 간의 독소를 제거하며, 비타민C 등이 풍부한 미나리와 콩나물의 ‘우정출연’ 덕분에 피로회복제로서 빛을 발한다. 아귀는 산란에 대비해 영양을 비축하는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제철. 피로할 때는 아귀찜보다 고춧가루로 칼칼하게 국물맛을 낸 아귀탕 쪽에 입이 더 당긴다. 콩나물은 머리와 뿌리 부분에 피로회복 성분이 많으므로 버리지 말고 통째로 넣는다.

아귀는 아귀목 아귀과 아귀속에 속하는 해산어류로 지방마다 물텀벙이(인천), 아꾸(여수), 망청어(함남), 물꿩(부산, 경남), 꺽정이(서해안), 망챙이(함북) 등의 방언으로도 불린다. 머리는 납작하고 몸통과 더불어 매우 넓으며 꼬리부분은 뒤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짧다.

몸빛깔은 회색이고 연한 색의 반점이 흩어져 있다. 입 속은 검은 색이고 복간막(腹間膜)은 흰색이다. 입은 몸의 앞쪽에 있고 매우 크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고, 그 끝이 살갗 모양의 주름이 있는 촉수로 변해 있다. 아귀는 이 것을 움직여 작은 물고기를 유인해서 잡아먹는다.

아귀요리가 처음 시작된 곳은 경남 마산이 아니라 인천이다. 연안부두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다보면 아귀가 올라오는데 살이 물컹거리고 먹을 게 얼마 없어서 그냥 버리게 되었는데 어느 포장마차 주인이 안주없이 소주 한 두 병 마시고 가는 사람들에게 돈 드는 안주를 내놓을게 없어서 흔한 아귀로 요리했던 게 아귀찜내지 탕이었다.

그리고 우리 지역인 인천에서의 아귀 본래 이름은 ‘물텀벙이’다. 이 물텀벙이의 어원은 아귀가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커서, 생김새가 워낙 흉측하고 못생겨서 재수가 없다고 여겨 어부들은 아귀가 그물에 잡히면 바로 버리거나 거름으로만 썼다.

그물에 잡히면 물에 바로바로 ‘텀벙텀벙’ 버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 부르기도 한다. 못생기고 쓸모없게 여겨버렸던 아귀를 콩나물에 넣고 고춧가루로 쪄내 입안이 덥도록 하는 매운 아귀찜은 이제 전국적으로 인기 음식이 됐다.

아귀는 한국에서 원래 하급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인천에서는 ‘물텀벙이’라고 부를까. 그러나 서양에서는 요즘 한국처럼 어지간한 고급 어종이다. 고기의 모양새에 따른 터부가 유달리 심한 서양에서 고급 어종으로 칠 정도면 그 맛과 영양이 일찌감치 대우받았던 셈이다.

서양에서 아귀를 요리하는 방법은 한국과 달리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살만을 쓴다. 아귀의 진한 맛을 보여주는 부위인 쫄깃한 잡부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런가 하면 아귀의 간은 한국과 서양에서 두루 사랑받는다. 화이트와인을 넣고 찐 아귀간은 부드럽고 고소해서 고급 요리 취급을 받는다. 요즘 한국에서도 아귀찜에 간이 빠지면 투덜대는 손님들이 있는데. 여전히 간을 슬쩍 빼놓고 요리해서 내는 경우도 흔하다. 간과 내장. 특히 쫄깃한 밥통까지 한 꺼번에 찜에 넣어주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혹자는 내장이 분리된 냉동 아귀를 써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진위는 알 수 없다. 다만 아귀 값이 워낙 올라 국산 생물 아귀를 그대로 손질해서 쓰는 집은 드물 게 틀림없다. 중국에서는 별로 귀하게 치지 않는 어종이라 수입량이 많으니 그 물량이 어디 다른 데로 갈리는 없겠다.

바다에서 나는 스태미너의 왕자인 ‘낙지’는 주로 남서해안의 갯벌에서 많이 잡히며 가을이 제철이다. 옛부터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특히 요즈음 같은 가을철에 맛보는 ‘낙지’는 쫄깃쫄깃 부드럽게 씹히는 감칠맛도 그만이지만 사람 몸에 좋은 영양소 또한 최고조에 이르러 그저 먹는 맛난 음식이 아니라 보약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영양 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그대로 벌떡 일어나며, 맛이 달콤하여 회나 국, 포를 만들기에 좋다고 써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낙지는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라고 적혀 있다.

낙지에는 단백질과 비타민B₂, 칼슘,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한 것은 물론 강장효과가 뛰어난 타우린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예방하는 데도 아주 효과적이며, 빈혈 방지에도 좋은 고단백 영양식품이다.

게다가 낙지는 저칼로리 식품이어서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도 없다. 낙지는 살아 꿈틀대는 그대로 젓가락에 칭칭 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낙지는 산 채로 먹을 때 입술 주변과 입천장에 척척 달라붙는 재미도 재미지만 잇사이에서 쫄깃거리는 담백한 맛이 정말 좋다.

또 낙지는 조개탕 국물에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탕을 끓여 먹어도 오래 묵은 체증까지 싹 가시게 할 정도로 그 시원한 감칠맛이 정말 끝내 준다. 낙지는 요즈음처럼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목덜미를 은근 슬쩍 휘감을 때 가장 맛이 좋다.

이렇게 가을의 입맛을 책임지는 가을철 대표음식인 ‘아귀와 낙지’도 제대로 그 맛을 보려면 신중을 기해야하는 시대가 됐다. 요즘 공중파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가 얻는 맛집 정보에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가 바로 ‘가격이 착한 집’이라는 말일 것이다. 물론 맛좋고 가격까지 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필자는 다른 음식은 몰라도 해산물만큼은 ‘맛좋고 가격까지 싸기는’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해산물이 가장 맛드는 제 철에 직접 산지에서 대량구매를 한다면야 재료비를 다소 낮추기는 할 수 있겠지만, 곳곳의 식당마다 그렇게 원재료를 대량 구매하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또 신선함이 생명인 모든 해산물을 미리 몇 개월씩을 보관하여 사용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소극적으로 음식의 이윤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갖추다가도, 식당에서 원, 부재료를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입산을 사용하고 그 만큼을 낮춰 받는 것으로 타협하기가 태반인게 요즘 음식점들의 실정일 것이다.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온양에서 구해오는 들깨로 만드는 구수한 들깨수제비와 낙지비빔밥, 국물맛이 시원한 대구탕도 점심메뉴로 특히 인기다.

인천맛집멋집=cafe.daum.net/inchonjoa
글·사진=앤드류박 key-agenc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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