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운마임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시장이건 거리건 극장에서든 펼칠 수 있어요. 단점은 최소한 연극 10년, 마임 10년은 해야 제대로 연기를 할수 있다는 겁니다. 인생의 쓴맛 단맛을 느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영역이라고 감히 확신합니다.” 대본없이 우러나오는 연기를 하려면 30년 경력은 돼야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몇초만에 언어와 생각을 집약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야하는 것이 클라운마임이다. “슬픈 표정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을 전하려면 내공이 쌓여야지요.” 그도 올해로 연극인생 30년째다.

클라운마임페스티벌의 연원은 12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인천연극협회 지회장 시절 전국연극제를 인천에 유치해오면서 부대행사로 ‘마임 국제페스티벌’을 시작했다.

이전부터 극단마임 대표로, 소극장돌체 대표로 인천에서 마임축제를 펼쳐왔던 그다.

한해를 쉬고 그 다음해 ‘인천 국제클라운마임축제’라는 타이틀을 건다. 민간 차원에서 계속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춘천이 마임의 메카라면 인천에서는 클라운마임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런 마음으로 한해 한해 축제를 펼쳐왔다.

“우리가 좋아하는 각국의 그들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큰 즐거움입니다. 함께 대화하면서 만들어가는 공연이에요. 휴머니즘이 깔려 있지요. 한번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해마다 달려오고자 하는 이유가 그것 입니다.”

배우가 열심히 놀 때 관객들이 박수를 친다는 신념으로 열정을 쏟았다고 강조한다.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줄 때 그 페스티벌은 지속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다보니 축제규모가 조직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재정도 풍족하지 않다. 쪼들림이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래도 계속 이어가는 힘은 광대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광대정신은 휴머니즘을 바탕에 두고 있어요. 그리고 무소유를 지향하지요. 애지중지하지만 집착을 하지 않습니다. 클라운마임축제가 우리에게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이번 축제에서 그는 아내이자 연극 동료인 박상숙 작은극장돌체 대표에게 역할을 넘겨주고 옆으로 비켜서 있다.

“물론 (배우로서 연출자로서) 작품은 늘 준비돼 있습니다. 내 스스로 동요가 된다면 무대에서 맨발로 설 수 있어요. 이번에는 어떤 무대를 펼칠 지 아직 나도 모릅니다.”

최근에 깊은 사색에 빠져 있는 그다. 30년을 앞만 보고 줄 곧 달려왔다. 어느날 문득 내부로부터 ‘이것이 다가 아니다’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면에 또 다른 뭔가 있다는 느낌이 잡혀왔어요. 이 시점에서 예술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특별한 예술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저 평범한 직업이 아니었나, 오히려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겁니다.”

여전히 예술가로 남고 싶었다. 다다른 결론은 ‘진정한 예술가는 겉치레를 뛰어넘어 평범한 곳에서 펼쳐야한다.’

“선지자들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합류하는 지점들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길을 가다가도 느낌이 오면 예술을 펼칠 수 있어야 해요. 무방비 상태에서도 예술을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운마임축제에 대한 애정은 처음 그 느낌 그대로다. 한발 나아가 이젠 그의 분신이 됐다.

“나는 그림자예요. 뒤에 서서 다독여주고 행여 잘못 갈까 살펴주는 역할입니다. 축제를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있습니다.”

글·사진=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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