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합창단이 올해로 창단 25주년을 맞았다. 매번 열성을 담아 선보이는 정기연주회의 ‘100번째’ 무대가 있는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연초부터 단원들 마음이 한결같이 분주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령탑인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은 오히려 어느때보다 여유가 넘쳐 보인다. “1년동안 펼칠 레퍼토리를 벌써부터 다 준비했습니다. 물론 무대 연출까지 포함해서죠. 언제나 하나돼 열심히 연습하는 단원들입니다. 노력하는 만큼 쌓이는 것이 실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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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정기연주회부터 이야기를 푼다. 합창단 전임 작곡가 우효원의 창작곡들을 뮤지컬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들려준다. 주제는 ‘모세’. ‘홍해의 기적’ ‘열가지 제약’ 등 그동안 선보였던 합창곡을 포함해 열다섯곡을 엮었다. 출애급사건을 음악으로 들려주는 무대다.




?“정적인 무대에서 탈피,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안무를 입혔습니다. 조명도 한 역할을 하죠.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음악회입니다.” 5월4일 저녁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으로 반드시 와야할 이유를 설명하는 윤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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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무대를 한번 더 올린다. 5월26일 서울 LG아트센터. “2001년 어렵사리 LG아트센터 공연이 성사됐습니다. 합창단 강점인 현대음악을 들려주었는데 평가가 좋았어요. 이후 매년 한번은 그곳에서 음악회를 열고 있습니다. 중앙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거죠.”

?윤 감독 말대로 LG아트센터 무대에 선 시립합창단으로는 인천이 유일하다. 대관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정상급 연주단’에게만 기회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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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는 일본순회 연주회가 기다린다. 동경을 포함, 인근 3개 도시를 잇는 공연이다. 동경 최대 연주홀에서 실력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귀뜸한다.

?배경은 이렇다. 지난 연말과 연초 합창단은 일본 NHK방송국이 주최한 신년음악회에 초청을 받아 일본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정명훈과 그가 이끄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일본 정상급 성악가, 그리고 정상급 합창단으로 꼽히는 후지와라 합창단, 미키가레합창단이 한무대에서 화음을 주고 받았다.

?기대이상의 호평이 나왔다. 정명훈이 속해있는 기획사 CMI가 합창단측에 일본 투어 공연을 제안해왔다.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그리고 현대적인 곡들을 선보일 겁니다. 실력대로만, 그만큼 하면 문제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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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감독이 합창단과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이 올해로 12년째다. 95년 부임 당시 합창단은 해산된 상태였고, 처음부터 다시 내딛는다는 결심으로 일궈왔다. “당시 지역사회가 도통 합창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상임지휘자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당연히 거절했지요. 제가 인천이 고향이거든요. 결국 적극적인 부탁을 못이겨 용기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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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을 새로 뽑았다. 한사람 한사람씩 붙잡고 하드 트레이닝을 했다. 마침 그해가 대학내 안식년기간으로 모든 시간을 합창단에 쏟을 수 있는, 여건이 맞았다. 그렇게 해서, 6개월만에 첫 정기연주회를 올렸다. ‘우리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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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승승장구 상승세를 탔다. 그 이듬해에는 유럽 ‘세계연합합창제’에 한국대표로 초청을 받았는가 하면 돌아오는 길엔 ‘린쯔 유로파 칸타타’에서 세계적인 합창지휘자 3천명이 모인 가운데 공연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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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단 차별화가 관건이었다고 말한다. 그저 노래만 잘하는 팀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만의 레퍼토리를 개발하기 위해 시도한 것이 전임 작곡가 체제다. 부임하자마자 전임 작곡가를 영입, 끊임없이 창작곡을 선보였다.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냈어요. ‘글로리아’라는 곡으로 세계합창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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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적인 무대연출도 줄 곧 추구해온 특별함이다. 무대위에서 단원들은 소리를 모으고, 때론 퍼져나가도록 연기를 더한다. 물론 조명도 한몫을 한다. 단 위에 줄맞춰 서서 노래를 들려주는 무대는 더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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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를 한마디 부탁했다. 곧바로 돌아오는 말이 음악 전용홀에 대한 아쉬움이다.

?“인천 관객으로 보면 불행한 일입니다. 연주자가 아무리 좋은 화음을 내도 그대로 들을수 없기 때문이죠. 인천의 대표시설이라고 하는 인천종합문예회관마저도 다목적 공연장이다보니 무대위 소리가 객석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실이지요. 하루빨리 음악 전용홀이 세워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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