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가 돼도 상관없어요. 단 1년이라도 더 일하고 싶어요.”

인천시 남동구 남동산단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4명. 이들은 지난 2004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노동자들이다. 이중 2명은 불법체류자이고 남은 2명은 취업기간 만료로 곧 이곳을 떠나야 할 처지다.

지난 8일 이들을 만나 이들이 어떻게 주말을 보내고 있는지, 앞으로의 심정을 물어봤다.

남동산단의 한 전자부품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퐁(37·가명)씨는 지난 2004년 8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했다. 퐁씨는 지난달 취업기한 3년이 만료돼 귀국길에 올라야 했지만 불법체류자로 남아 돈을 더 벌기로 했다.

퐁씨는 “이렇게라도 해야 돈을 벌어야 베트남에 있는 아이들이 학교도 다닐 수 있고 남아있는 가족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주말에도 일만 시켜준다면 어디서든 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건축자제가공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 수카르노(36·가명)씨와 그의 아내 지하(31·가명)씨, 같은 고향 출신의 샴(35·가명)씨. 이들 역시 오는 11월 취업기한 3년이 만료돼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이들은 최소 2년은 더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사업주의 재계약 의사를 확인할 수 없어 속이 탄다. 특히 수카르노씨는 11월까지 별다른 제의가 없다면 아내 지하씨를 본국으로 보내고 대신 본인은 다른 업체에 불법 취업하는 대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말레이시아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편히 살 수만 있다면 이곳에서 더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이면 부평지하상가에서 모인다. 가격이 싼 옷가게를 돌아다니며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낼 옷을 고르거나 서점 등에 들러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영어교제나 한글 서적 등을 구입한다.

지하씨는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곳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에 대해 아이들이 배우길 원한다”며 “적어도 아이들은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자나 고급인력으로 한국에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퐁씨 역시 “이곳은 우리에겐 ‘코리안 드림’”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세계화에 맞춰 불법체류자가 아닌 세계적인 인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같은 노동자들이 처음에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왔지만 이중 절반은 재계약이 안돼 불법체류자로 남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정부가 앞장서 불법체류자가 아닌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로 떳떳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불법체류자가 아닌 한국에서 인정하는 정식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가족 모두가 돈이 없어 비참한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입을 모았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40만4천885명으로 이 중 절반인 19만3천373명이 불법체류자로 집계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정착하면 불법체류 근로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 18만명대였던 불법체류자는 올해 19만명을 넘어서는 등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대해 한국이주노동자센터 최현모 사무처장은 “고용허가제로 들어왔다가 기간이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된 이들은 행정적인 등록만 안돼 있는 미등록 노동자들일 뿐이지 형사법을 어긴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어 고통당하는 노동자들이 인권과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효창기자 jyhc@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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