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더불어 50여년을 걸어온 인천을 대표하는 원로 사진작가 김용수 선생이 최근의 작업들을 한권의 사진집으로 묶었다. 10년만에 내놓은 사진집이다. 내친 김에 이들 작품을 걸고 개인전 자리를 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깨에 들어오는 카메라 무게가 만만치 않아 10년 전부터 중형 카메라 대신 소형카메라를 메고 다닌다. 반세기 동안 고집스럽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암실에서 흑백작업에 몰두하며 살아왔다. 올해 칠순에 이르러 여덟번째 사진전을 ‘뜰’이라는 주제로 갖게 됐다.” 작가가 내놓은 초대말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예의 아날로그 수동방식을 고수해온 그다. 프린트도 은염방식을 따라간다. 흑백사진도 여전하다.

소재에서만은 확연히 달라졌다. 인물이 사라지고 온통 풀과 나무다. 그간 견지해온 리얼리즘 다큐멘터리 작업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작품이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흔히 스칠 수 있는 풀과 나무에요. 그래서 제목을 ‘뜰’로 잡았습니다. 뜰에 나서서 바라보는 풍경들을 흑백으로 담았지요. 자연에 서서 느껴지는 생명력과 생동감, 바람을 옮긴 겁니다. 내 마음의 풍경이지요.”

신경을 더 썼다고 말한다. 이전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그대로 읽을 수 있지만 이번 작품들을 마음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던진다.

“뜰은 땅에서 오는 생명과 온기, 바람을 머금고 있지요. 나무 한 포기도 생명으로 솟아나잖아요. 이들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흑백으로 보면 눈으로 마주해오던 컬러의 화려함은 없지만 생명력들이 선과 점으로 살아나지요.” 화면에 가득한 풀이 온통 살아움직인다.

작가는 시를 읽는 마음으로 캡션을 붙여나갔다고 말한다. 예전에 읽었던 프랑스 시인의 시구를 연상하면서 뜰을 바라보았다. ‘신성한 미지의 것이 생겨나는 장소’ ‘침묵과 외침을 들을 수 있는…’ ‘부드러운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 ‘영혼이 쉬어가는 곳’ ‘뜰에서 나를 만난다’까지, 다섯 마당으로 나눴다.

“나를 몸과 영혼으로 분리했을 때 영혼이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에요. 뜰이 곧 나이며 그곳에서 내 존재를 바라본다는 것이죠. 내가 특별한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소하고 시시한 것을 사진으로 옮김으로써 그 존재가 새롭게 인식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40여년을 호형호제하며 가까이 지내온 사진작가 한정식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번 작품을 이렇게 푼다.

“흥미로운 점은 자연을 주대상으로 삼았음에도 넓고 시원한 자연이 느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너른 들판으로 나섰음에도 나는 마치 그의 뒤뜰을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너른 벌판도 그의 내면으로 들어오면 자그마한 자기집 뒤뜰로 바뀌어 버린다. 그의 소화력 때문이다. 대상을 본래적 의미에서 벗겨내 김용수의 내면풍경으로 탈바꿈시켜 놓은 것이다.”

노 작가는 흑백예찬으로 넘어간다. “디지털이 더 발전된 것이지만 계조의 두꺼운 맛은 흑백을 따라올 수 없죠. 이런 차이에요. 클래식 마니아들이 CD보다 진공관 앰프와 LP판을 선호하는 것, 그리고 가스가마에서 구워진 도자와 장작가마로 구워낸 도자의 질감 차이로 비유할 수 있지요. 내 방식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작업이 어렵지만 따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작품 맛이 달라요.”

작품에 담긴 작가적 느낌을 공유했으면 바라지만 그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라고 건넨다. “그래도 사진을 들여다보면 조금이나마 내 느낌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8일 개막, 13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미추홀전시실을 채운다. ☎(032)814-3218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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