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상품권 발행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형식적인 수준에서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발행한 재래시장상품권은 모두 35억원 상당이며 이중 32억원이 판매되고, 28억원이 회수됐다.

그러나 재래시장상품권의 월별 판매실적을 보면 추석과 설 명절이 있었던 지난해 9월과 올 2월에 집중돼 일반 유가증권으로서의 효용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판매된 재래시장상품권은 전체 판매액의 75%(24억7천701만원)를 차지했지만 나머지 월 평균 판매액은 5천만원을 넘지 못했다.

재래시장상품권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시와 일선 구·군 공무원들조차 상품권 수요가 많은 명절을 전후, 유관기관 및 지역 기업에 강제로 할당량을 떠넘기다시피 하고 있어 마치 상품권 판매가 명절 특수를 노린 이벤트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도 40억원 상당의 재래시장상품권을 추가 발행한 시는 이달 말 추석 명절 전에 절반(20억원) 가량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지역 내 각 단체와 유관기관, 그리고 기업체에 구매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전달한 상태다.

하지만 상품권 구매를 강요당하는 입장에선 썩 달갑지 만은 않은 눈치다.

한 기업인은 “일반 문화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처럼 지속적인 구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권리의 이전 및 행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취지의 유가증권 특성상 중도에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재래시장 상품권 판매를 독려하는 시 관계자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 판매를 권장하고 있지만 판매 실적을 놓고 봤을 때 재래시장을 찾는 신규 소비자가 늘었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재래시장상품권 도입 이후 상품권이 유통된 인천지역 52개 재래시장의 매출 신장을 가져왔다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기간 인천지역 대형 할인점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올 초 산업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인천지역 할인점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3.8% 성장했다.

시 관계자는 “현금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재래시장의 특성상 정확한 매출 규모를 파악할 수 없지만, 상품권 발행으로 신규 소비자가 늘었다면 자연스럽게 상품권의 판매와 회수가 이뤄지지 않았겠냐”고 말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는 또 “상품권을 들고 시장을 찾은 소비자가 다음에 또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장 상인들의 몫”이라며 “시의 상품권 판매에 의존하기에 앞서 재래시장도 대형 할인점과 경쟁할 수 있도록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건태기자 jus216@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