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에 곱창 굽는 냄새 솔솔~ 견디기 힘든 유혹 곱창의 질은 ‘곱’이 말해준다.

그래서 곱창에는 무조건 곱이 많아야 좋다고 생각했다.

젓가락이 곱 많이 든 곱창부터 공략하는 것만 봐도 곱과 맛은 비례한다.

노릇노릇 구워진 곱창을 가위로 잘랐을 때 곱창 속을 가득 메운 곱을 보면 만족감 충만이고, 그 집의 곱창 맛이 수직상승 하리라는 건 자장면에 단무지가 나오는 것처럼 당연하다.




반대로 곱이 별로다 싶으면 메뉴판의 가격을 보면서 불만이 쌓였다.

헌데, 곱창의 곱에도 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동안 먹었던 곱은 두부를 먹을 때의 질감. 이번에 먹은 곱창의 곱은 버터 같았다.

두부와 버터, 이 차이는 부드러움이다.

모래알과 미세한 분말가루의 차이와도 같다. 어떻게 이런 곱이 가능할까.

나름대로 분석해 보건데, 첫째 한우 곱창이었고 둘째 신선도가 있는 곱창어서 그런가 보다.맛객은 지난 27일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에 있는 ‘황소고집돌곱창’ 을 방문했다.

이 집을 소개한 이는 ‘인천신문’ 맛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는 앤드류박이다.

이날은 특별히 ‘인천맛집멋집’ 동호회 회원 2분도 참여했다.

맛객을 포함해 총 4인이 맛집탐방을 나선 것이다.

처음 앤드류박에게 한우곱창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솔깃하진 않았다.

그거 말만 한우곱창 아냐? 알게 모르게 의심이 들었나 보다.

결정적으로 맛객의 마음을 움직인 건, 이 집 김정수 사장님의 이력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부천축산물공판장 중도매인 76번. 이만하면 이 먹거리 불신의 시대에 안심하고 한우곱창을 먹어도 되지 않겠는가.

황소고집돌곱창이란 상호 아래에 농협 부천축산물 공판장 중도매인 76번 직영점이란 글귀가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두말 할 것도 없이 한우 아닌 곱창을 파는 집이 많기 때문 아닌가. 육우이거나 수입이거나 말이다.

어쨌거나 믿을 수 있는 한우 곱창이란 사설은 여기서 접고 곱창의 맛을 보자.

그렇다고 해서 곱창의 맛은 바로 곱창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곱창이 나오기 전에 간과 처녑부터 맛보는 게 순서니까.




메뉴로 파는 거지만 어딜 가나 대부분 서비스로 제공된다.

이 집의 간, 처녑이 특별한건 곱창과 마찬가지로 한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한우의 간은 육우에 비해 색상이 어둡고 덜 예쁘지만 맛은 뛰어나다. 또 처녑의 두툼한 살점 쪽을 보면 한우는 약간 투명한 반면에 육우는 더 탁하다. 좀 더 하얗다고나 할까.

한우냐 육우냐 보다 더욱 중요한 건 신선도다. 살펴보자. 처녑의 돌기가 탱글탱글 어린아이 고추마냥 살아있다. 싱싱한 것이다. 이번에는 간, 핏기가 선명하게 살아있다. 간의 강직은 굳은 상태라기보다 야들야들 하다. 이 정도 신선도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차가운 소주 한 잔 입 안에 털고 역시 차가운 간 한 점을 기름장에 찍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누린내나 비릿한 맛이 덜하니 향미가 기분 나쁘지 않다. 고소한 뒷맛이 좋아 이 후 두 접시나 더 달라고 했다. 아마 곱창집에 간과 처녑이 없었다면 어찌 곱창과 소주가 이리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겠나 싶다.

간과 처녑을 안주삼아 술 한 잔씩 비우고 나니 곱창구이가 나온다. 돌판 위에 돌돌 말아놓은 곱창을 보니 구미가 당긴다. 곱창에 붙은 지방질도 알맞게 제거되어 몸 생각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곱창과 함께 염통도 몇 점 나온다. 염통은 오래 익히면 딱딱하고 질겨지기밖에 더하겠는가. 곧 바로 기름장에 찍어서 없애줘야 한다. 그러는 사이 곱창은 익는데 가속도를 낸다.




고소한 냄새가 견디기 힘들게 한다. 슬며시 앤드류박을 처다 보니 곱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조금 벌린 입가에는 침까지 고였다. 안되겠다.

아주머니 여기 곱창 잘라 주세요!

노련한 손놀림에 의해 길 다란 곱창이 한 입 크기로 잘려진다. 잘려진 단면을 보니 욕심 많은 곱창이다.

곱을 가득 품고 있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곱창은 어느 정도 익었다 해도 자르는 순간 곱이 흘러나와 아까운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집의 곱창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마치 새색시마냥 곱창 속에서 나오지도 않고 얌전히 있다.

자 건배! 원샷 대신 가볍게 반샷을 하고나서 곱창 맛을 본다. 뜨겁다. 이리 저리 굴리며 씹는다.

장운동을 많이 한 한우여서 그런지 매끄럽고 쫄깃하지만 질기지는 않다. 몇 번 씹으니 곱 맛이 감지된다. 서두에 꺼낸 그 버터 같은 곱이다.

부드럽고 또 부드럽다. 고소하고 또 고소하다. 이거 오늘 술 발 받는 거 아닌가 몰라. 곱창을 먹는 틈틈이 양파와 감자도 먹는다.

양파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감자는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산성인 곱창과 궁합이 잘 맞는다. 곱창을 다 먹고서도 허전하다면 밥을 볶아도 그만이다.

곱창만 먹고 일어서기가 아쉬워 곱창전골도 주문했다. 맛객의 입맛엔 왠지 부족한 느낌이다. 부족하다기보다 무난하다고나 할까. 맛객의 입은 곱창전골만의 매콤하고 진한 맛을 원하는데 깔끔하고 말끔한 맛이다.




허나 같이 간 일행 중 한 분은 맛이 좋다고 했다. 의견이 갈린다. 그렇다면 곱창전골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맛객은 소곱창구이를 추천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29일)은 날씨가 갑자기 시원해졌다. 가을이라 할 정도의 기온. 하늘은 잔뜩 흐리고 바람은 선풍기 3단계보다 싸늘하다.

이런 날 구수한 곱창구이에 한 잔 걸치면 어떨까? 곱창 맛에 세상사는 맛까지 더해질 테니 말이다.

<업소정보>옥호 : 황소고집돌곱창주소 : 인천시 계양구 작전1동 869-24전화 : 032) 555-7813
메뉴 : 소곱창구이 1만2천원 염통구이 8천원 간/ 8천원. 곱창전골 大 3만원 小 2만5천원 손님 연령대 : 20대 후반~ 3.40대 남성 다수분위기 : 벽에 낙서가 많은데서 알 수 있듯 편안한 분위기이다. 어느 동네에나 하나쯤 있음직한 조그만 업소답게 주인 내외가 일한다.

인천맛집멋집= cafe.daum.net/inchonj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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