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가 된 야구선수.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극과 극의 인생 유전 주인공 정영배씨.(46·인천시 연수구 동춘2동)80년대 초반 야구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인천 출신 야구선수(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고교생 정영배를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아니라면, 인천고 야구 역사상 한 집안에서 무려 4형제(사촌지간)의 걸출한 선수를 배출한 바로 그 정씨 집안(정은배, 정경배, 정영배, 정원배씨)의 한 사람을 떠올리면 된다.

전국 규모 야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쥐는 등 투지로 뭉쳤던 그가 얼마전 세무사로 변신을 했다.“8년여 공부 끝에 지난해 세무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40이 다 된 나이에 무슨 세무사 시험 준비냐고 다들 걱정을 하셨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듯 ‘하면 된다’는 자신감 하나로 밀어 붙였습니다. 긴 시간 아이들 건사하며 집안경제를 책임져온 아내(이순엽·청량초 교사)에게 미안하고 고맙죠.”

여유를 찾은 지금 웃을 수 있지만 사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길은 멀었다.전성기를 구가하던 고교 2학년, 심한 어깨부상은 초등 4학년때부터 야구밖에 모르던 그의 인생항로를 완전히 바꿔놨다. 운동에만 전념해 학교 성적은 전교 꼴찌를 했을 만큼 형편없었지만, 다른 선택의 길은 없었다. “1년 쉬고 2학년으로 복학했습니다.” 국, 영, 수 중요과목 성적이 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우등생으로 변신했을 때 교사, 가족은 혀를 내둘렀다.

인하대 경영학과 졸업 후 금성전기(지금의 LG그룹 소속사) 입사, 새로 출범한 LG트윈스 창단 멤버로근무 등 순조롭던 길은 상사와 갈등으로 사표를 내고 나오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학습지 교사 등 4년여 전전 끝에 선택한 길이 세무사시험. 그러나 하루 12시간 책과 싸움은 체력의 저하를 가져왔다. 해는 거듭됐지만 능률은 오르지 않았다. “휘트니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공부시간을 9시간으로 줄였죠. 몸이 건강해야 기억력도 좋아지고 공부효과가 크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지난달 하순, 연수구 동춘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세무회계사무소를 낸 정씨. 세무사 업계의 새로운 기록을 세워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는 고객을 하나 둘 늘려가고 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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