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대파 한 단에 875원? 2024년 3월18일 민생 점검 차 찾은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대통령이 대파에 붙은 가격표를 보며 "저도 시장을 많이 봐 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라 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표어가 떠오를 정도로 체감경기가 너무나 가파르다. 오늘도 민생토론을 하며 시찰 중이라는데 쏟아내는 선거용 선심성 예산이 물경! 1000조니, 1500조니 한다. 그런데 대파 값 하나 못 잡는다. 

본래 저 대파는 권장 소비자가격 4250원인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도입한 도매상 납품 단가 지원 2000원,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1000원, 정부 농산물 할인 쿠폰 지원 30%(375원)를 뺀 금액인 875원이란다. 그것도 전국 7(?)곳에서 한정된 수량만 팔았단다. 한 국회의원 후보는 "875원은 (대파 한 단이 아닌) 한 뿌리 얘기하는 것"이라 한다. '말휘갑'이라기에는 그 아부의 농도가 사뭇 짙다. 주변을 둘러보면 하나같이 하는 짓이 꼭 '따리꾼'이요, '제갈동지(--同知,제 스스로 가로되 동지(同知: 조선시대 종2품의 높은 벼슬)라며 거들먹거리고 다닌다고 해서 생긴 말)' 터수들이다. 그야말로 하는 수준이 꼭 '대파 한 뿌리 정권'이다.

저들은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으로 오히려 국민들의 걱정가마리가 되었다. 저들이 걱정을 들어 마땅하게 된 데는 내로라하는 기레기 언론이 정권과 야합하여 쏟아내는 쓰레기 기사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호주 ABC언론이 이종섭 대사를 두고 "외교적 골칫거리"라 해도, 언론 지수와 민주주의 지수가 폭락하여 국격이 훼손돼도, 로이터 통신이 대파를 보도하며 "쇼"라는 인터뷰를 실어도, 이는 외면하고 "개 같은 정치"라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의사정원 문제를 논의한다는 생뚱맞은 기사를 '속보'로 띄운다. 의사정원 문제는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저 두 사람이 웬 의사정원 운운인가?(우스꽝스럽게도 이 글을 쓰는 지금 kbs는 '대장동 사건' 유동규 기자회견을 생중계한다.)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하지만, 엄연한 2024년 3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이런 자화상을 만든 것은 전적으로 수구언론 탓이다.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운운이라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를 헌납한 서정주(徐廷柱, 1915~2000) 시인의 <자화상>이란 시가 있다. 그 시에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라는 구절이 가슴팍에 와닿는다. 

그건 그렇고, 죄 없는 ‘대파’가 몹시 속상할 듯하여 전해오는 '파 이야기'나 좀 하련다. 옛날에 사람이 소로 보여 잡아먹는 마을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제 동생을 소로 착각해 잡아먹었다. 이 사람은 너무 절망한 나머지 마을을 떠났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마을을 찾아서. 여러 해 뒤, 이 사람은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정당하게 보는 마을을 찾았다. 그 이유는 마을 사람들이 파를 먹고 눈이 맑아져서였다. 제 고향으로 파를 가져왔고 그제야 사람들은 파를 먹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았다는 이야기다. 

소는 소고 사람은 사람이다. 자칭 기자라는 분들이여! '식자가 소눈깔[외눈깔]: 무식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속담도 있지만, 그 기사를 읽고 보는 사람들 '우황 든 소: 분을 이기지 못하여 괴로워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같이 될까 두렵다. 파는 특히 효능 중, 생선이나 고기의 비린내를 중화 시켜주는 해독 작용이 있다. 그러니 이 나라 기자님들! 모쪼록 대파 한 뿌리 잘 삶아 잡수시고 눈이 밝아져서 대한민국의 악한 행태들을 해독 중화시켜주는 기사, 소와 사람을 구분하는 기사를 써주시기 간곡히 바란다. 그래야 개는 개고 정치는 정치고 쓰레기는 쓰레기가 되어,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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