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대통령은 오늘도 연일 전국을 돌며 간담회를 개최하고는 청년 지원책, 대학 등록금 지원, 그린벨트 해제, …등 선거용 선심성 검정 고무신을 돌린단다.

그런데 셈 쳐보니 고무신값이 지금까지만 930여 조(兆)에 달한다.

(2023년 국가 총예산이 638조) 고무신 중, 가장 큰 문제가 의대 증원 문제이다.

급하지도 않은 의대 증원 문제로 나라를 정부와 의사협회, 의사와 국민, 파업 전공의와 출근 전공의, 지지하는 국민과 반대 국민이 둘로 나뉘어 삿대질을 한다.

이제 전공의에서 나아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을 하려 한다. 세상이 이런데도 언론은 '말 많은 집에 장맛도 쓰다'를 실험하는 중인지 도무지 말다운 말이 없이 묵언수행 중이다.  

의사들은 환부(患部)를 찾아 치료하는 직업인이다. 의사가 질병 고치는 의술(醫術)을 사람 살리는 어진 기술이란 뜻으로 인술(仁術)이라 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배우려는 학생들의 성적도 우수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의대생 2000명 증원'을 발표하니 의사협회에서 난색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2024년 의대 정원이 3091명이니 2025년 5091명이란 말이다. 무려 64.3% 증가이다.(교수진, 강의실 등 수업이 제대로 될까? 조금만 생각해도 다 알 일이기에 구구한 설명은 생략한다.)

선거철 한 표를 의식한 행정치고는 치졸하고 저급하다.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책임지는 의료인이기에 공공성을 띤다. 주체가 의사문제이기에 정치로 변질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 권력은 80% 국민들의 지지를 이용하여 의사들을 병리학적 증후군을 보유한 질병환자로 진단하고 그 환부를 도려내겠다며 공권력이란 메스를 들고 나섰다. 

전광용(全光鏞,1919~1988) 선생의 외과의사답지 않은 반동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꺼삐딴 리'라는 소설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외과의사 이인국 박사는 일제하에는 철저한 친일파, 해방 직후엔 친소파로 돌변해 영화를 누린다. 이북에 있던 그는 해방이 되자 재빨리 러시아를 배웠다. 또 소련군 장교 스텐코프의 혹을 성심껏 치료하여 ‘꺼삐딴 리(이)인국’이라는 칭호까지 받는다. 1·4후퇴 때는 월남해 친미파로 변신한다.'

차근차근 톺아보자. 이인국 박사는 인술을 펼치는 의사인가? 아니면 그저 시류에 편승해서 현실적 영화를 누리는 기회주의자인가? 소설 속에 그 답이 들어있다. "이인국 박사는 …환자의 감별에는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그것은 마치 여관보이가 현관으로 들어서는 손님의 옷차림을 훑어보고 그 등급에 맞는 방을 순간적으로 결정하거나 즉석에서 서슴지 않고 거절하는 경우와 흡사한 것이라고나 할까. …" 이인국 박사는 기회주의자요, 변절자인 자신을 '꺼삐딴 리'라 자칭하지만, 전광용 선생은 '여관보이'라 한다. 의사지만 의사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윤 대통령 의료 관련 발표 내용도 들어 보자. "저는 지금 의료 현장의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수련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 의료 체계를 가동해야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입니까?…"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이 비정상적인 의료사태를 만든 장본인(張本人)이 누구인가? 

질병을 돌보되 사람을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소의(小醫,작은 의사)라 하고 사람을 돌보되 사회를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중의(中醫,보통 의사)라 하며 질병과 사람, 그리고 사회를 돌보는 의사를 대의(大醫,큰 의사)라 한다. 중의는커녕 소의도 못되면서 의사라 사칭하는 '꺼삐딴 리'에서, 이 시대 폭압적 권력을 이용하여 대한민국 환부를 고치겠다는 '꺼삐딴 윤'이 오버랩 된다. '꺼삐딴 리'는 메스를 개인의 삶에 이용했지만, 이 시대의 '꺼삐딴 윤'은 대의인 양, 관권선거 전략용 패키지에 넣은 의대 증원으로 국민을 기만, 국가 권력을 획책하려는 것 아닌가? 제 가슴부터 청진기를 대어 환부를 찾아볼 일이다.

※'꺼삐딴(капита́н)'은 해방정국에 사용한 러시아 말로 '우두머리', '캡틴'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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