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 인정 않고 잘못된 기소"…시민단체가 재심 청원

40년만에 살인 누명을 벗은 로버트 매일맨(왼쪽)과 월터 질스피 [CBC 홈페이지]
40년만에 살인 누명을 벗은 로버트 매일맨(왼쪽)과 월터 질스피 [CBC 홈페이지]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40년 전 무기형을 선고받았던 캐나다의 두 살인범이 새로 열린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돼 누명을 벗었다고 캐나다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브런스윅주 법원은 이날 로버트 메일맨(76)과 월터 질스피(81) 씨에 대한 살인 사건 재심 공판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두 사람은 지난 1983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했으나 사건 당시 알리바이가 묵살되고 목격자의 주장만 인정되면서 지난 1988년 무기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은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요구했고 지난달 애리프 비라니 법무부 장관이 이들의 요구를 수용, "절차의 공정성이 전반적으로 의문시되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이들의 재심 요구는 잘못된 기소와 억울한 사법 희생자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무죄 캐나다'가 대신 나섰다.

무죄캐나다는 지난 2019년 12월 정식으로 법무부에 재심을 요청, 이후 두 사람은 가석방 상태로 재판을 기다려 왔다.

이날 공판에서 두 사람은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이 새로 제출할 증거가 없다고 밝히자 재판부는 "무죄가 유일하게 가능한 선고"라고 판시했다.

트레이시 드웨어 판사는 "두 사람은 비라니 장관의 결정에 따른 법의 관점에서 무죄로 법정에 섰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과 영구적 무죄 확정으로 오늘 법정을 떠나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이 오기까지 40년이 걸렸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재판은 30분 만에 끝났다.

판결 순간 메일맨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질스피는 눈을 감은 채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고 통신이 전했다.

두 사람은 1983년 노바스코샤주 센이트존스에서 조지 길맨 리맨을 살해한 혐의로 다음 해 기소됐다.

리맨은 그해 11월 30일 시내 한 공원 숲속에서 심하게 구타당하고 신체 일부가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이들을 목격했다는 두 명의 증인을 내세웠다. 이후 이 중 18세 증인 한 명이 경찰의 강요로 거짓 진술을 했다고 번복했으나 항소심에서 이 진술 번복이 피고 측 지인의 협박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을 바꿔 증언했다.

두 사람은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강력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고 무죄캐나다는 밝혔다.

현재 메일맨은 말기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5명의 손주를 포함해 가족과 연락이 단절된 상태로, 이에 대해 그는 "살인범의 가족으로 부끄럽게 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심 요청에서 그는 "죽기 전에 판결이 바로 잡히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밝혔다.

질스피는 20살 때 집에 불이 나 대부분 가족이 사망했다. 지금 딸 한명이 있지만 복역하는 동안 관계가 끊겼다고 한다.

무죄캐나다의 론 돌턴 공동대표는 두 사람의 무죄 판결에 대해 "늦었지만 그나마 낫다"면서 "두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지난 세월을 되찾을수 도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jaeycho@yna.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