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가 의료인 면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도 관련 부처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규정상 마약류 중독은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펜타닐 등 중독으로 치료보호 이력이 있는 의사 2명, 간호사 1명이 의료인 면허를 유지 중이다. 또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사 4명은 재판에서까지 마약류를 투약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그대로 면허를 유지하고 있고, 마약류 중독을 사유로 한 의료인 면허 취소 사례는 없었다. 이번 감사에서는 의료인이 스스로 마약류를 처방·투약한 사실도 대거 적발됐다.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본인 처방·투약 횟수가 연간 50회 이상인 의사는 44명이고, 이 중 12명은 횟수가 연간 100회 이상에 달했다. 소관 부처의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정신질환도 의료면허 취소 대상인데, 양극성정동장애나 조현병으로 치료감호를 받은 의사·한의사 2명은 면허를 유지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0년 이후에만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의료인이 치매 102명, 조현병 70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경우 조현병 치료를 받은 37개월 동안 의료행위가 최소 1만6천840건에 달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은 치매 치료 38개월간 6천345건의 의료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신질환 의료인 면허 취소 사례는 2017년 간호사 1명(조현병 자진신고)이 전부였다. 감사원은 관련 부처인 복지부가 의료인의 결격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의료인에 대한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의료법상 정신질환자·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정의가 다소 막연해 의료인의 결격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노출된 허점을 서둘러 개선·보완해야 한다.

의료법 등 관련 규정을 명확하게 다듬고 의료인 비리 행위에 대한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면허가 취소됐거나 정지된 의료인들이 몰래 비급여 진료를 하며 영업을 지속하는 행태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이 면허취소·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 동안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 대상이다.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264명이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한 사례가 약 3천600건에 달했다.

복지부는 2019년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이미 의료인 자격 정지 중 의료 행위에 대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4년가량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공개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의료용 마약류를 '셀프 처방'한 의료기관 90%가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된 의사 10명 중 3명이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왔는데 이는 공정성 등 측면에서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관리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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