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걷는 길 한쪽의 갈대숲. 그 자그마한 숲으로 작은 새들이 거리낌 없이

들락거린다. 갈대와 새가 서로를 내어주고 있다. 통통 살이 오른 그 새를

‘갈대새’라 부르기로 했다. 새들이 갈댓잎에 앉아 바람과 시소를 즐기면

갈대는 좋다고 몸을 떤다. 그런 갈대를 보면서 새들은 더욱 힘차게 발을

구른다. 갈대새의 디딤에 있는 대로 몸을 휘는 갈대, 새들이 자리를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매무새를 고친다. 갈대숲에 새가 든 것이라기보다는

심심한 갈대가 새들을 불러들여 무료함을 달래는 것 같다.

- 최연수, 짧은 산문 ‘스밈에 대하여’ 중에서

 

마음 한자리 내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새처럼 날아왔다가 어느덧 날아간

자리가 빈 둥지 같을 때가 있습니다. 영원하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관계.

그렇다고 허무하거나 슬프기보다는 또 다른 관계 속에서 스미고 연결되는

사람관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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