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은 상강 절기이다 보니

어디를 가나 구절초 꽃내음이 지천이다

자연의 질서는 실패가 없는 것

하늬바람이 꽃을 다그친다 해도

기어이 오고야 마는 가을 냄새는 풍요다

서늘한 기운이 쓰적쓰적 겨드랑이 속살 간질이면

마음도 덩달아 노란 황금의 들녘에 서 있다

허름한 빈집 뒤편에도

쑥부쟁이 향기가 머물고

나그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으스스한 건들바람에

나직이 귓전을 찰랑이는 앞 강물 소리

그 강물 소리 집 떠난 이들의

서러운 울음이라던 할머니의 말씀이

그리워지는 음산한 가을 오후

혼자 지키는 외로운 시간은

아직도 빛나는 햇살 속에 있다

 

- 박종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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