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오래 살아 본 사람은 안다

강물도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려면

길게는 열흘 짧게는 일주일간

물때를 벗는다는 것을

그때는 아무리 지저분한 강물일지라도

물밑이 명경처럼 아주 맑아지고

민물고기들도 물가로 마실을 가는 예의를 보인다

그렇게 그 시간이 지나고 강물 바닥이 누렇게 변하고 나서야

내년 이맘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한 생을 살 준비를 하고

몸을 정갈하게 갖추고 난 후에야

철이 들었다 혹은 인생을 안다고

그때서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 서봉교, 시 '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

 

너머에 존재하는 가치를 알아채는 것.

그것은 철이 들었기도 하고

인생을 아는 것이기도 하는 것일 테지요.

쓸쓸하고 슬픈 단면까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자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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