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질량 

 

새들은 떨쳐낼 수 있어도 인간은 패대기치지 못하는 그것,

수묵빛의 저 그늘 한 채를 중력이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실존의 버거운 중량 같은.

육신의 저 후미진 안쪽, 컴컴한 지층 어디쯤에 끈적하게 들어차있을

온갖 욕망의 현현과도 같은.

- 최민자, 수필 '그림자의 질량' 중에서

 

질량이 없는 그림자.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그림자.

그러나 누군가 두고간 그림자는 실제보다 길어서,

매일 느낌이 다른 빛깔과 소리와 냄새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것을 발자취라고, 그리움이라고 되뇔 때가 있습니다.

여운이 남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의 됨됨이의 질량, 그리움의 무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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