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노동조합 간부가 ‘(자살을) 말리지 않았다’는 기사를 <조선일보>가 내보냈다.” 분신한 이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이런 강개한 유서를 남겼다. “정당한 노조활동을 집회시위법도 아닌 업무방해와 공갈로 몰아붙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저이에게 이 나라 언론이 퍼부은 저주성 기사다. 일국의 장관은 확인도 않고 이를 인용했다.

‘대한민국 세계 6위’, 2022년 권위 있는 US뉴스‧월드리포트(USNWR)가 군사력과 경제력, 외교력 등을 합산한 등위가 처연하다. 

천하부란이구(天下腐爛已久,나라가 이미 썩어 문드러졌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토혈이다. 다산의 시들은 막돼먹은 세상의 방부서였다.

다산은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하고, 미운 것은 밉다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려는 뜻이 없으면 시가 아니다”하고 시[글]의 정의를 내렸다. 이것이 ‘미자권징(美刺勸徵)의 글’이다.

언론의 글은 마땅히 이래야 한다. 사회의 공분(公憤)을 담아 시대의 공민(共悶)을 아우르고 인간으로서 아름다운 공명(共鳴)을 펴는 정론(正論)이기 때문이다. 미자권징의 언론 글이 ‘광제일세(匡濟一世,글로 세상을 바르게 구제한다)’로 이끈다.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저제나 이제나 늘 악다구니판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더욱 그러하다. 그나마 있던 도덕과 정의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부도덕’과 ‘부조리’와 ‘비인간성’과 ‘검찰’이 차고 앉았다. 몇 몇 ‘그들만의 천국’이 되어버린 이 대한민국에 무한 악취가 진동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말로 모건이 지은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인 ‘오스틀로이드’(그들은 스스로를 ‘참사람 부족’이라 일컫는다)들은 문명인을 가리켜 ‘무탄트(мута́нт)’라 부른다. 무탄트는 ‘돌연변이’라는 뜻이다. ‘돌연변이’는 인간실격 좀비(zombie)이다.

말로 모건은 ‘참사람 부족’이야말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공생하는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참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이면 사람답게 살아라.’ 모건은 이것이 ‘참사람 부족’이 ‘무탄트’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란다. 

이 정부 들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너무 일상화다. 이태원 참사, 외교 참사, 굴종 외교, …겨우 1년 만에 대한민국 국격과 국민으로서 인격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저들을 추종하는 언론에는 글다운 글이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 “尹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37%…3주 연속 상승세”란 기사가 뜬다. ‘천하부란이구’가 따로 없다. ‘미자권징’과 ‘무탄트 메시지’를 꾹꾹 씹어 삼키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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