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들

 

나는 오래고 빛바랜 것들을 좋아한다

언제 입어도 편한 물 빠진 청바지

오래된 고대 도시의 벽화

세월의 빗물에 보드랍게 닳아빠진 오래된 석탑

여행지 어느 뒷골목 페인트 벗겨진 낮은 담장과 대문들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들은 순하고 바르고 정(靜)해서

내가 사랑하고 연민하는 오래된 것들과 닮아서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인물처럼 정겹고 따스하여

절로 고개를 숙이고 눈인사라도 실컷 했으면 좋을 사람들

살아온 세월처럼 색깔 잃은 추억처럼

발목 위로 닳아 올라간 옷은

수수한 미소처럼 정갈하고 가식이 없어

정겹게 드러난 건강한 살결 위로 햇살이 곱고 따스하다

 

조헌주. 시 ‘오래된 기억들’

 

새것이 좋다고, 비싼 값을 치르고 흐뭇해합니다.

반짝거림이 있고 풋풋함이 있어서 좋은 새것.

치매 앓는 노모의 기억은 지금보다 먼 당신의 행복한 시절에 머문 것들.

잊고 지낸 오래된 것은

낡았지만, 때로 고요하며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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