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이 마른 퓨마가 TV에서

정글로 먹을거리를 찾아 나선다

두어 시간 숨죽여 기다렸다가

과나코 숨통을 향해 달려들지만

한 수 배운 뒷발에 밟혀 허탕의 시간으로 돌아오고

굶주린 새끼들마저

제 그림자를 숨기고 달려들지만

발 빠른 밥한테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만다

며칠을

주위의 반짝이는 눈빛을 제치고

숨죽인 호흡으로 기다리다 한순간 과나코의 숨통을 물었다

이레 만에 제 몸보다 큰 밥을 번 것이다

정글의 맹수처럼

다른 이의 목숨을 밥으로 먹고 살아가는 우리들

객지로 밥 벌러 나간 친구 남편은

삼 년 만에 다른 여자의 밥이 됐다고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밥은 잘못 다루면 오히려 밥이 되기도 한다

- 유계자, 시 ‘밥’

 

오늘도 밥을 벌러 나갑니다. 그 밥은, 나는 물론 내 가족의 밥.

그러나 밥은 호락호락 내 품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내 밥이라 믿었던 것이 또 다른 밥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신성한 밥이 되기 위하여

밥을 버는 방식과 밥을 지키는 방식이 분명 존재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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