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귀

 

가지마다 붙어 있던 소리들을

나선의 밑동으로 밀어넣고

새들이 푸른 귀를 찾아 날아갔다

펄럭이던 그늘보자기가

어진 나무의 소리를 다 싸서 가고

가끔 햇볕의 뼈대만 흔들리고 있다

어디선가 날아온 비닐이 머플러처럼 나뭇가지를 감고,

아직 남은 몇 장의 귀가

은색의 소란을 듣고 있다

이파리들의 소임은 나무의 귀,

햇볕의 등에 그늘을 붙였다 떼는 일

바람의 행선을 알리는 일

엽록의 달팽이관에 새들의 졸음을 재워주기도 한다

은밀한 파동이 들어있는

몇 칸의 서랍이 만들어지고 있을 오동나무

햇빛 두어 채 개켜두거나 혹은,

새들의 사서함이거나 노숙하는 구름이 묵어갈 서랍들

따뜻하라고,

은색의 비닐머플러가 감겨져 있다

늙은 오동나무는 늙은 바람의 목덜미이다

무거운 귀를 툭툭 흘리고

맨몸으로 서 있는 몇 칸 서랍이지만

봄이 오면

푸른 귀들이 빼곡, 차오를 것이다

 

장요원, 시 ‘나무의 귀’

 

지금은 나무의 푸른 귀들 모두 떠나고 은밀한 파동이 몇 칸 서랍에 있을 계절입니다.

햇볕의 뼈대만 흔들리는 숲.

그러나 우리들 사이에도 정겨운 그늘이 들 듯, 나무도 그늘을 들이겠지요.

이 추위도 머지않아 떠나고 곧 봄을 예고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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